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의경 외 10인 지음 / 376쪽 / 17,000원 / 문학동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여럿 있다. 매우 정중한 감사의 인사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중 절반은 매우 불편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책방을 운영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한다.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들거나 책문화 행사나 전시, 클래스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기획 단계에서 혹은 계약 후에도 엎어지는 일이 많다. 이때 나의 노고에 감사함을 겉치레라도 해주면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한다. 현실은 편의점의 “약간 차갑고 심심한 맛의 삼각김밥을 먹”으며 일했어도(서유미, 「밤의 벤치」) 노고는커녕, 나의 무보수 또는 저가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더 많으니까.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 여성과 장애 가족을 돌보는 노인 여성(김의경, 「순간접착제」)과 플랫폼 배달과 택배 상하차를 낮과 밤 번갈아 하는 노동자(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그 외 주부, 학습지 교사, 군무원, IT회사 직장인, 건설 현장소장, 여행사 막내 직원, 고등학교 현장실습생, 프리랜서 번역가와 직장인 번역가, 교사 등 자신의 노동 현장에서의 노고를 이야기한다. 일의 슬픔과 갈등, 관행이라 불리는 악습, 빠른 시장 변화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변화, 코로나19와 같이 손쓸 수 없는 재난으로 인해 겪는 불안과 불안정함 등을 말한다.
노고란 사전적 의미로 힘들여 수고하고 애씀이란 뜻이다. 세상 모든 일엔 노고가 있다. 어떤 일도 쉽게 얻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특히 먹고사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보통의 삶을 살려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안 입고 안 먹고 안 바른 결과”로 “매달 200만 원씩 적금을 붓고 원룸 전세보증금”을 합쳐도 “이길 수 없는 숨바꼭질의 술래”(정진영, 「숨바꼭질」)가 되어버리는 건, “일이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부품”(지영, 「오늘의 이슈」)처럼 느껴지는 건 왜인지. 자기주도권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훼손당하지 않을 자기만의 것”(황여정, 「섬광」)을 꿈꿀 수 없게 된 건 왜인지 알 수가 없다.
열한 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이것이 소설인지, 오늘의 뉴스인지, 나의 고백인지, 친구의 일기인지 헷갈린다.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에서 본 꽤 굵직한 사건 사고가 떠오르는 것은 물론 내가 겪은 일과 내 친구가 겪은 일, 내 동료가 겪은 일, 내 가족이 겪은 일, 내 이웃이 겪은 일 아니 겪고 있는 일이 뒤얽혀 있다.
생생한 묘사와 함께 사회적 문제의식이 곳곳에 도드라진 힘을 지닌 이 이야기들은 ‘월급사실주의’ 동인이 썼다.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을 창작하기 위한 모임이란다.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에서 장강명 소설가는
현재의 현상이 모두에게 고통이 아닐 테고, 고통받는 이들도 매일이 고통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 동시대 독자의 눈에 보여야 할 것,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꼭 봐야 할 것. 그것들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구선아_책방연희 대표,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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