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260쪽 / 17,000원 / 클
대한민국에 늘 따라붙는 이름 중 하나인 부동산 공화국.
정권이 좌지우지될 만큼 이 사회에서 ‘집값’의 위상은 크고, 학군을 비롯하여 편의시설 및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이 ‘내가 사는 잡’과 연결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값에 누구보다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한다.
이런 부동산 공화국의 수혜를 알차게 누린 동시에, 부동산과 관련하여 주거의 흥망성쇠를 모조리 겪어본 사람이 있다. 영화감독인 마민지는 흔히 중산층이라 불리는 여유롭고 안락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아빠의 사업 실패를 겪으며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은 저자가 겪어온 주거의 역사를 통해 한 가족의 생애를, 나아가 부동산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한 시절을 되짚어 보는 책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준비되어 있던 맛있는 간식, 깔끔히 정돈된 넓은 집, 에이프런을 두르고 웃으며 자신을 맞아주는 엄마, 매년 유럽 출장길에 올라 희귀한 장난감을 기념품으로 사다주는 아빠 등 동화 속 소공녀와 같은 생활을 하던 저자의 일상에 빨간색 차압 딱지가 들이닥친 것은 순식간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아빠의 사업은 어느 순간 사방이 가로막힌 상황에 놓이고, IMF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렇게 최고급 아파트에서 누리던 한 가족의 안락한 일상은 아파트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빌라로, 12평짜리 상가주택으로 순식간에 밀려난다.
그럼에도 저자가 처음부터 부동산과 관련한 서사에 크게 관심을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집안의 몰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뒤 학자금 대출을 비롯하여 끊이지 않는 알바 등 생활에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종로의 한 맥도날드에서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평소 교류가 전혀 없었던 아빠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리고 거리를 헤매는 아빠를 조용히 뒤쫓다 호기심을 갖게 된다.
저자는 부모의 지난 시절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 및 부동산 공화국의 지난 역사에 대한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다. 부모가 어떻게 사업을 일구었는지, 그들이 했던 ‘집장사’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주택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허점은 무엇이고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 그 과정에서 ‘집’이란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을 보다 예리하게 인식하게 된 한편, 본인의 욕망에도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갖게 된다. 부모에 대해서도, 자신의 엄마 아빠라는 지점을 넘어 한 명의 인간으로 보다 포용하는 시선을 품게 된다.
책이 부동산을 주축으로 하는 기록임에도 한 가족의 온 생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읽히는 것은 결국 부동산이 그만큼 우리의 생애주기와 밀접하게 엮여있고, 우리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오로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가정주부들이 실은 눈에 띄지 않는 영역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음을, 많은 남성들이 끝끝내 헛된 희망과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까닭을, 한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한 몸 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차지하는 의미의 중요성을 말이다.
한승혜_작가,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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