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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를 새긴 몸

by 행복한독서

왜 사람이 아름다울까요

바티스트 보리외 글 / 친 렁 그림 / 이나무 옮김 / 36쪽 / 16,800원 / 이숲아이



그날도 마음을 설레게 할 그림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왜 사람이 아름다울까요』 갑자기 질문을 걸어오는 책 제목만 봐도 제가 찾던 바로 그 책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웅성댐이 들리는 것 같은 표지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모두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지만 서로 만나는 설렘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누구 하나가 아닌 사람의 아름다움을 묻는 이 책을 바로 펼쳐보았습니다.


눈가에 커다란 흉터를 가진 ‘파푸’ 할아버지는 의사였습니다.

저마다 다른 몸, 아마도 성치 않은 몸들을 많이 봐온 할아버지는 몸에는 모두 역사와 사연을 가지고 있대요. 할아버지는 그 몸의 이야기를 알고 있대요.

처음엔 할아버지가 허풍쟁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정말 할아버지는 바깥을 오가며 만나는 남다른 몸들의 이야기를 잘 알았어요.


‘하킴은 수십 년 동안 건물 바닥에 타일 까는 일을 했습니다. 등이 거의 굽은 하킴은 남들보다 더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해요. 불안한 얼굴의 ‘마릴린’은 직장 상급자들의 구박을 견디며 오늘도 출근합니다. 견뎌야 하는 몸은 가려움증과 붉은 반점이 생겼어요. 지쳐 보이는 카페 종업원 ‘리오넬’은 얼마 전 태어난 아기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쳐서 그런 거래요. 뚱뚱한 ‘레베카’는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었지만 지금은 눈이 마주치는 누구에게도 웃음을 보낼 수 있습니다. 거친 아버지 밑에서 끊임없이 야단맞은 왜소한 몸의 ‘앙투안’은 자신이 하찮은 존재일 거라는 중압감을 가진 어린 시절을 스스로 벗어나고 산림 감시원이라는 꿈으로 나아갈 힘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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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몸이 남긴, 그리고 앞으로 남길 ‘해피 엔딩’을 알고 있습니다.

하킴이 40년간 훌륭한 기술자였다는 것은 굽은 몸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마릴린과 리오넬이 앞으로 이겨내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몸은 부단히 견뎌내리란 걸 할아버지는 아는 것 같습니다. 마릴린, 리오넬은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괴롭힘을 당해온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살이 찌거나 마른 몸으로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으나

이제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아는 그들을 지켜낸 훌륭한 몸이 된 것이지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커다란 이야기를 새긴 몸입니다.


제게도 몸이 남기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약한 체력과 긴장이 많은 성격 탓에 몸과 마음이 고단한 날엔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수전증이 심하게 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알아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편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손바닥을 펼치며 스스로 ‘오늘 힘들었구나’라고 다독이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 몸을 지키는 여러 감정이 손바닥을 감쌉니다. 언젠간 해피 엔딩을 쥐게 될 손이 될 거라고, 한 번 더 나를 위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승현_책방 종달새의마음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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