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씨의 새집
홍지혜 글·그림 / 46쪽 / 16,000원 / 고래뱃속
엉뚱하면서도 오싹하기까지 한 이 질문의 답은 그림책 『해골 씨의 새집』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묘비명(R.I.P)이 발 매트로 깔려있고, 문 옆 전등에는 유령이 불빛 역할을 합니다. 빨간 대문 뒤쪽은 캄캄해서 마치 저승으로 향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해골 씨를 꼭 닮은 집에서 해골 씨는 문을 열어 우리를 맞이합니다.
홍지혜 작가는 전작 『빈칸』에서 ‘빈 곳’을 채우려는 욕망을 드러냈다면 이 책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비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타인에게 향한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고 나다운 삶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집’은 나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집 안 곳곳의 가구와 가전은 나의 취향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나의 눈길과 손길이 닿으며 집은 자연스럽게 나를 닮아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골 씨의 집이 해골 씨와 닮았던 것은 아닙니다.
라는 광고를 보고 이사한 곳은 난감한 모습이었습니다. 천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높고 집이 너무 넓어 화장실 한번 가기에도 힘들었습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여러 층의 문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는데 천장에 이유를 알 수 없이 검게 그을린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구멍으로 빗방울이 들이쳤습니다. 해골 씨는 자신에 맞게 하나씩 고쳐갔지만,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궁금해질 무렵 전에 살던 가족이 이사하면서 두고 간 게 있다며 집으로 찾아옵니다. 그들이 누군지 봤을 때 우리도 해골 씨만큼이나 입이 떡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시간을 딱 맞춰 왔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그들은 알을 품고 있는 아빠 용을 찾아갑니다. 알을 품고 있는 용을 수컷으로 설정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드디어 새끼 용이 태어나고 그을린 구멍을 향해 용 가족이 날아오릅니다.
한바탕 소동 후, 집이 있던 자리는 모두 사라지고 지하실만 남습니다. 비로소 해골 씨는 이사 온 후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해골 씨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은 크고 화려한 곳이 아니라 습하고 어두컴컴한 지하에 몸을 누일 만한 곳만 있으면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곳에서 해골 씨는 ‘사자의 서(書)’를 읽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노력일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해골 씨의 집에 천사가 이사 옵니다. 당황하는 천사의 뒷모습에 처음 이사 왔을 때 해골 씨의 난감한 표정이 겹치며 슬며시 미소 짓게 됩니다.
조유정_아동문학연구가, 『그림책이 세상을 물들일 때』 공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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