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이 사랑하는 책방 6 - ‘코이노니아’
내가 사랑하는 동네책방은 전국에 여럿 있지만, 딱 하나를 골라 소개하는 자리에서 선택한 곳은 원주에 있는 ‘코이노니아’다. 코이노니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이전에 원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원주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문화와 코이노니아의 운영 가치가 깊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연에는 독자와 연대를 형성해 가는 ‘글로연아름다운독자’라는 타이틀이 있다. 제4호 글로연아름다운독자인 김경순 님을 만나기 전 나에게 원주는 그림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의 도시 정도였다. 원주에서 만난 아름다운독자님은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기 전에 원주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정신이 있다며 무위당 장일순 선생에 대해 알려주었다. 독자의 시부인 김영주 선생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던 지학순 주교와 함께 협동조합운동과 지역공동체운동을 이끈 무위당, 두 분과 뜻을 같이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평생을 바친 분이었기에 더 내밀한 일화들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오늘날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믿고 찾는 ‘한살림’의 전신이 바로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원주는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장 선생을 주축으로 1960년대부터 협동조합운동이 이루어졌고, 그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생활 곳곳에서 광범위하고 깊게 자리해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리는 도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원주 시민들의 사회적 DNA로 스며든 협동조합 정신이 실체적인 모습으로 어떻게 꽃피웠는가를 다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책방 코이노니아다.
코이노니아를 평면적으로 소개하면 책과 차를 판매하는 28평의 북카페로 ‘웰컴 키즈존’인 이곳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다락방과 다락서가가 별도로 구비되어 있다. 보통의 동네책방이 책방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개성있는 북큐레이션을 특징으로 본다면 코이노니아에서는 19인 19색의 서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엘리의 책장, 낮별책장, 애서가be책장, 곰나의책장, 만두책장 등 이름부터 책장지기의 개성이 드러나니 큐레이션된 책은 말할 것도 없다. 덧붙이자면 이 서가들 틈에 글로연에서 출간된 모든 그림책이 비치된 ‘원주글로연관’도 있는데, 글로연아름다독자가 책장지기 회원이 되어 만든 덕분이다. 이처럼 출판사, 작가, 주제 등을 필두로 다채로운 서가가 마련된 비결은 바로 코이노니아의 박지혜 대표가 ‘책장지기 회원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방을 운영하는 데에 있다.
박 대표는 2020년 초에 18년 동안 근무한 대학교 교직원 생활을 그만두고 당시 한 부부가 운영하던 책방 코이노니아에 손님으로 자주 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에 처한 책방을 인수해 그해 7월에 다시 문을 열며, 자신이 초기 투자를 하되 협동조합 형태의 운영을 통해 책방의 지속가능성과 주민들의 자기 돌봄 및 성장을 더불어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원주에서 살며 생활 곳곳에 스민 협동조합의 경험과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들을 키운 시간은 박 대표로 하여금 책장지기 회원제 프로그램을 고안하게 하였고, 11인으로 시작된 회원이 현재는 19인에 이른다. 책장지기 회원은 서가 사용료로 일정한 월 회비를 내고 서가를 분양받아 각자의 취향으로 책을 선정해 서가를 채운다. 판매와 관리는 박 대표가 대신하되, 책장지기는 책 판매 금액의 10퍼센트를 수수료로 코이노니아에 낸다. 이러한 시스템은 박 대표에게는 책방 운영비와 재고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었고, 책장지기 회원에게는 자신이 선정한 책이 판매로 이어지는 경험과 독자 반응을 데이터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회원 각자는 책방에서 펼치는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코이노니아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글씨 쓰기부터 춤추기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책장지기 회원 각자의 몫이다 보니 이러한 과정은 저마다의 관심과 재능을 키워나가기에 적합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전시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회원은 책방 한편에 지역 작가의 그림 전시회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으며, 회원 중 3인이 책장지기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책방을 열기도 했다.
박 대표가 코이노니아를 통해 그리는 그림을 바라보면 비즈니스의 근간인 영리 추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려면 재정을 튼튼하게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은 당연하다.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박 대표는 최근 공간 공유 회원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름하여 ‘지금세대 쟤단’이다. 재단이 아니고 쟤단인 이유는 “쟤네들은 뭐하지?”라는 궁금증을 담고, 재단의 무거움을 조금 덜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책방이 문을 닫는 밤과 오전 시간에 공유오피스이자 개인 작업실 등으로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문화활동가와 기획자 등이 만나 사업을 일구어내는 장소로 책방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재정적 보완을 위해 마련한 방안 역시 공동체를 우선하는 맥락 위에 있다는 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책방 운영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박 대표의 말이 진하게 맴돈다. 함께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원주의 코이노니아가 지속가능한 동네책방을 꿈꾸는 전국의 많은 이들에게 반짝이는 등대로 다가가길 희망한다.
•위치 : 강원 원주시 라옹정길 3-13 1층
•운영 시간 : 화~토 9시~18시(동절기 매주 일, 월요일 휴무 / 하절기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wj.bookcafe_koinonia
오승현_글로연 편집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