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도서관 여행
도서관 별책부록
대치도서관 사서들 지음 / 232쪽 / 15,000원 / 리스컴
사서라고 하면 데스크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한가하게 이용자와 잡답이나 하는 사무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사서를 만만하게 보았다. 먹고 살기 위해 사서가 되었지만 막상 공공도서관 사서는 녹록한 직업이 아니었다.
사서는 책들을 수시로 옮기고 재배치하는 실상 막일꾼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 기획자이고, 출간되는 도서들과 작가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도서 전문가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전달하는 지식정보 검색자이고, 하루에도 수백 명의 이용자를 상대하며 민원을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인데도 어떤 이들은 죽기 살기로 사서 업에 달려들기도 한다.
『도서관 별책부록』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구석에 자리한 강남구립대치도서관 사서들의 이야기이다. 유순덕 관장, 이숙진 과장, 김윤미 팀장, 안의채, 기한슬, 류영아, 정윤정 일곱 명의 사서가 겉으로는 조용하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시끌시끌한, 6만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2백 평이 채 안 되는 동네도서관의 일상을 솔직하고 정성스레 그려내고 있다.
대치도서관 사서들은 좋은 책을 선별하여 수서하고, 훼손된 책을 보수하고, 대출 반납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한 열람 환경을 위해 도서관을 정비하며 이용자에게 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런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홈페이지에 다양한 질문이 올라오면 어떤 질문이든 성심성의껏 대답해준다. 다양한 강좌와 행사들도 사서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하는데, 진행하는 프로그램 내용을 매주 새로운 카드뉴스로 만들어 도서관 SNS에 올리고,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진행이 어려워지자 강의 영상을 촬영한 후 편집해서 온라인으로 재빠르게 서비스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대치도서관에서는 강연회와 어린이 영어교육 등 1년에 180여 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책에서 발견한 해답은 ‘인문독서클럽’이라는 도서관 독서동아리이다. 도서관에서 어려운 철학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 모임을 기반으로 대치도서관은 2014년 인문학 특성화 도서관으로 발돋움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인문독서클럽은 이제 등록 인원이 50명을 넘고, 비바람이 불어도 20명 이상이 모여 발제하고 함께 책을 읽으며 삶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도서관의 매력에 빠진 이들 일명 ‘대치도서관 공무원들’ 덕분에 대치도서관 사서들은 이제는 뭘 해도 두려울 게 없다고 한다.
최근 사서들이 쓴 관련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었다. 『사서가 바코디언이라뇨』(부크크) 『사서의 일』(책과이음) 『사서, 고생합니다』(수이출판)가 그것이다. 그동안 과도한 업무 부담과 민원에 시달리며 묵묵히 일만하던 사서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서의 업무를 소개하며 도서관에 왜 사서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사서 처우 및 인력 증원, 업무 개선 요구를 통해 도서관의 구조 변화를 이끌어보겠다는 개선의 의지들도 엿볼 수 있다. 함께 읽어주면 좋겠다.
조금주_서초구립반포도서관 관장,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