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천국 같은 도서관

도서관의 미래 전략

by 행복한독서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 몇 차례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미래는, 그 미래에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 사실 수십 년 전, 막 디지털 시대가 시작될 때, 미래의 도서관들은 디지털도서관이 될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도서관과 사서직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전망의 시점인 지금에도 도서관과 사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의 우리는 과거의 부정적 전망을 딛고 계속해서 적응하고 혁신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리라.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미래를 이렇게 만들고 싶다는 오늘의 의지가 만드는 결과다. 그러니 앞으로도 미래의 도서관은 어떨 것이고, 사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부지런히 다양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생각할 때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다.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얼마나 적절한 속도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건 도서관 바깥세상과 사람들이 가는 방향과 속도다. 그러기에 도서관 안에서 자기 발끝만 보며 걸으면 안 된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루 살피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가야 한다. 도서관 현장에 있으면서 그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도서관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속도를 끊임없이 살피고 서로 손잡고 가야 한다. 누군가 앞장서 주면 좋겠다. 그 누구는 바로 우리 도서관이고 나 자신이다.

미래도서관.jpg ⓒ김영희


기묘한 연금술이 일어나는 곳

도서관에 관해 일반인들까지도 가장 많이 아는 이야기는 아마도 작가이자 도서관 관장이었던 보르헤스가 말한 “내가 생각하는 천국은 도서관이다”가 아닐까 싶다. 왜 그는 그런 말을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은 과연 천국일까?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등은 자기의 일터인 도서관이 천국이라고 생각할까? 그러나 아직 우리는 천국 같은 도서관을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일 게다. 우리의 일터가 천국과 같다니 얼마나 좋겠는가?


2006년에 도정일 선생은 『한겨레』 칼럼을 통해 보르헤스 이야기와 우리 도서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디지털 점쟁이들의 허황된 생각과는 반대로,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점증하고 있는 것은 도서관이 여전히 사회의 필수 기본 시설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돈 없이도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정보격차를 줄이는 위대한 민주 기구다. 아이디어를 만나고 기회를 창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수동적 문화 향수를 넘어 가치가 창조되는 생산기지, 평생학습의 장, 시민의 대학, 주민의 서재다.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용접되는 곳, 지적 모험의 땅, 돈도 비자도 필요 없는 여행지, 국경과 인종과 계급이 영원히 퇴각한 코스모폴리탄의 세계, 거기가 도서관이다. 실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지식의 사냥터이고 혼의 춤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영혼의 즐거운 무도회장이다. 도서관은 만남의 장소다. 남녀가 만나고 만나서 사랑도 하고, 내가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나는 곳, 타인을 만나면서 어랍쇼, 어찌된 거냐, 너에게 내가 있구나의 기묘한 연금술이 일어나는 곳, 거기가 도서관이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이 천국 같네?”


이것이 지금 코로나 팬데믹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후와 환경위기 시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사람 사이 각종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도서관이 맞서 이겨내고 앞으로 나가야 할 우리 자신의 현재이자 방향이고 내용이지 않을까? 나날이 그런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끝없는 상상과 끊임없는 혁신

요시타게 신스케의 책 『있으려나 서점』에는 ‘사랑스런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야기를 실컷 읽을 수 있는 장소”라면 누구나 반길 것이라고 한다. 이미 그런 도서관을 꿈꾸고 만들려는 기업들이 있다. 상업적 영역에서 그런 도서관을 만든다면 그것은 과연 도서관의 기본 이념, 누구나 자유롭게 세상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전세계 모든 곳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도서관과 사서들이 있다. 그것이 하나로 연결되면, 이미 그럴 수 있기는 하니, 각자의 독창성과 지역성을 유지하면서 거대한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고, 그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기묘한 연금술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사서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도서관 하나하나가 거대한 도서관의 한 부분으로서 의미와 필요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상상과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현재와 미래에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 사서들의 책무이자 기쁨이 되어야 한다.


정말 우리에게 천국 같은 도서관이 있으려나? 없으면 만들면 되지, 분명 우리가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용훈_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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