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서관과의 친밀한 대화

책으로 만나는 도서관 여행

by 행복한독서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 배리 블리트 그림 / 이승민 옮김 / 188쪽 / 16,800원 / 정은문고



지난 1월에 뉴욕행 비행기 편을 예약했다. 오직 뉴욕공공도서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마음속에 불을 지핀 건 한나 아렌트의 일대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의 한 장면이었다. 아렌트가 뉴욕에 머물던 시절 공공도서관의 불이 꺼질 때까지 그 안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한 줄의 문장과 한 컷의 그림. 지난 세기의 학자가 머물던 곳에서 나도 비슷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도서관은 지금도 거기 있고, 항공사에서는 하루 두 번 인천과 뉴욕을 왕복하는 비행기 편을 홍보 중이었으며, 나는 5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제휴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 이르고, 도서관이 모두 휴관한 지도 한참이 지난 3월 초에 나는 모든 계획을 취소했다. 노트북 폴더에는 그동안 모아둔 뉴욕과 공공도서관에 대한 자료가 차곡차곡 담겨있었다. 이 자료들을 언제쯤 활용하게 될까. 다시 갈 수 있을까. 4월이 되어도 요원하기만 했던 무렵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귀여운 표지가 인상적인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이었고, 나의 뉴욕도서관 여행 계획을 들은 W가 표지를 보자마자 내가 생각났다며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어느 날 뉴욕의 한 도서관 직원이 오래된 작은 상자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도서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질문이 적힌 카드가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사서에게 편지를 다정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고, 단두대를 빌릴 수 있는 곳을 묻기도 했다.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에 사용된 잉크의 제조사와 뉴욕시의 피로도를 묻는 질문까지, 오늘의 사서라면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한 질문들에 뉴욕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응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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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가만히 읽다 보면 도서관 사서와 이용자의 친밀한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질문에도 허투루 답하지 않으며, 질문마다 관련 자료를 찾아 고심했을 사서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질문자가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참고 문헌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상에 뭐 이런 걸 다 묻나 싶은 질문에도 위트와 유머와 교양을 겸비한 대답으로 웃음과 감탄을 자아낸다. 나 역시 이용자 질문 하나에 동료 사서들과 머리를 모아 어떻게 대답할까 궁리하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건 가끔은 귀찮았지만 대부분 재미있고 돌이켜보니 사서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는 정말 사서가 모든 질문에 대답할 줄 알아야 하느냐고 지레 놀랄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신의 꿈이 사서라면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나치게 엉뚱한 질문에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책에는 잘 나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나 또한 이들의 기발하고 재치 있는 대답에 매료되어 언제라도 뉴욕공공도서관에 가서 꼭 만나고 오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질문도 생각해두었다.

“이 도서관에 제 책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강민선_작가, 『도서관의 말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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