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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향한 사랑 고백

by 행복한독서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지음 / 316쪽 / 17,000원 / 책이라는 신화


저자에겐 그림책 읽는 법이 있다. 간단하다. 사랑이다. 그 결과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기 위한 그림책 읽기가 된다. 나랑 참 다르게 읽는다. 당연하겠지.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읽는 게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데 모아보면 다 나에게 없는 것을 말해주는 그림책이다. 유난히 내게 없어서 삶이 힘들었거나 아직도 헤매는 것들 즉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그림책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의 결핍으로 그림책을 읽는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으로 그림책을 읽는다. 저자가 사랑하는 것에 순서는 없다. 저자도 서문에서 어디부터 읽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다만 도서관과 어린이, 이웃들 그리고 세상과 나라는 목차가 있을 뿐이다. 저자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모아본다면 다 이렇게 그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마흔일곱 권의 그림책으로 저자가 사랑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림책으로 질문하면서 내 사랑이 잘 있는지….

그러니까 『그림책은 힘이 세다』는 저자 박미숙의 사랑 고백이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사랑 고백은 그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 된다.


“가엾은 완두, 이렇게 작으니 나중에 무엇이 될까?” (25쪽)


완두콩처럼 작은 아이 완두는 학교에 다니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그런데 학교에 가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선생님은 완두가 작아서 가엾고, 나중에 쓸모 없을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선생님의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완두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었고 완두는 행복했다. 그림책 『완두』 이야기다. 이 사랑스러운 완두 이야기는 그대로 작은도서관 이야기가 된다. “작은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읽고 빌려가는 딱딱한 공간이 아닌, 문화인으로서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느껴지는 즐거운 독서의 놀이터인 것” (28쪽)이며 휴식 공간이며 문화공간이라고 알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도서관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도 완두의 선생님처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원래의 모습은 물론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심지어 전국에 도서관이 7000여 개 있다는 것까지 알려준다. 작은도서관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제소리를 내게 해준다. 그게 사랑아닌가!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20대에도, 30대에도 40대에도 나는 조금씩 다른 일을 하며 존재해왔더라구요. 하지만 어느 때에도 의미 없는 삶을 살진 않았어요.” (154쪽)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방을 청소하던 저자는 오래전에 쓴 기사가 실린 신문 뭉치, 자료집, 아이들과 쓴 글 모음집을 보면서 전미화의 그림책 『너였구나』의 공룡을 떠올린다. 잊고 있던 시절 말이다. 공룡을 보자 내가 무엇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 시절을 기억해 낸다. 기억해 내며 내가 신나게 살았던 시절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정리하려다 슬그머니 다시 모아둔다. 그 시절은 그렇게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는 청년 단체 간사, 구성 작가, 글쓰기 선생님, 작은도서관 관장, 도서관협회 정책팀장, 공공도서관 관장으로 살아온 삶으로 한 줄 한 줄 써낸 글이다. 도서관 이야기도 도서관에서 만난 어린이와 어린이책 이야기도 생생하다. 저자의 삶이 그랬을 것이다.

내게 없는 것을 채워주는 힘도 좋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게 해주는 힘! 그림책이 가진 힘일 것이다.


김영미_책방 넉점반 대표, 『그림책이면 충분하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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