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박현민 글·그림 / 72쪽 / 21,000원 / 창비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곁에 가까이 두고 싶어 한다.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은 욕심에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려 하기도 한다. 가끔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친구 앞에 ‘진정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는 우정을 강요하고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투영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예티는 설산에 살며 키가 2~3미터 정도 되는, 흰 털의 거대 유인원이다. 예티연구소 소장으로 새로 부임한 유진은 예티를 친구로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산을 오른다. 예티가 좋아하는 고수가 추가된 쌀국수를 미끼로, 드디어 예티 포획에 성공한 유진은 그를 연구소로 데려온다. 둘은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친구가 되었지만 유진은 예티와 헤어지기 싫어서 예티협회에 임무를 완료했다는 보고를 미룬다. 하지만 배가 고파 화가 난 예티는 자신의 본성을 숨길 수 없었고, 그를 혼자 진정시킬 수 없었던 유진은 결국 협회에 도움을 청한다.
예티진압대는 예티를 도시의 실험실로 데려가서 그의 공격성을 없애는 헬멧을 쓰게 한다. 예티가 실험실에서 꽁꽁 묶여 누워있는 장면을 보며 프랑수아 플라스의 그림책 『마지막 거인』에서 거인의 마지막 목소리,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가 떠올랐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발견한 지리학자 루트모어가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면 거인들은 아직 자신들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지도 모른다. 루트모어에게는 자신의 실수를 되돌릴 기회가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여러분이 만약 유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유진은 이제 예티를 진정한 친구로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진정한’ 친구가 서로를 구속하고 내 방식대로 길들이는 그런 관계라면 진정한 친구 말고 그냥 친구가 되자. 인간이 자연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 친구가 되기 어렵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줄 때 오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매일 만나지 못하면 어떤가. “조금 떨어져 있어도 친구”다. 친구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박은미_그림책 활동가, 『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 공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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