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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고래를 본 적 있나요?

by 행복한독서

향유고래를 훔쳐라

추이차오 글·그림 / 김용재 옮김 / 42쪽 / 19,500원 / 쥬쥬베북스



어릴 적 동물원에 가면 해양생물관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수영하다 물에 빠졌던 경험으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 안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통해 그 세계를 탐구하게 되었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져 박사까지 그림책·아동문학을 전공하며 연구로 이어졌다. 그림책 속의 세상은 재밌고 즐겁게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지만 동시에 동물들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며 오히려 슬프면서 아프기도 했다.


이 책은 해양생물학자 아빠와 향유고래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아들은 향유고래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아빠보다 직접 향유고래를 보고 싶어 한다. 해양생물관에는 향유고래가 너무 커서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에 실망하던 어느 날, ‘세계 최초의 고래 수족관’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신나 하며 사진 찍고 즐기는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모두가 향유고래의 슬픔을 느낀다. 아빠는 향유고래가 “바다의 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수족관 안의 엄마 향유고래는 평생 갇혀있어야 하는 슬픈 고래가 되어버렸다. 아들은 향유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돌고래 친구들에게 알렸고, 그 소식은 범고래, 혹등고래, 대왕고래로 이어진다. 주인공 아들과 해양생물학자 아빠의 지지와 다른 수족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향유고래는 파도 친구, 바람 친구와 함께 저 멀리 자신의 집인 바다로 가게 된다. 아들은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하늘을 나는 고래를 본 적 있나요? 그날, 나는 보았답니다.”

이 말에 나 또한 향유고래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림에서 보고, 이 아이와 함께 상상으로도 그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3-향유고래_본문.png


한 달 전 일이 생겨 제주에 방문했고, 일이 끝난 후 여유가 생겨 동반한 딸과 제주 아쿠아플라넷을 방문했다. 바다를 좋아해 해양생물이 있는 곳은 언제든 방문한다. 이번에는 그 규모에 놀라기도 했고 동시에 너무나 꿈같았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향유고래는 울고 있는 걸까요?”라는 아이의 질문을 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냥 즐거워할 수 없었다. 사실 그전에 아주 규모가 작은 동물원 속 해양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에 갔을 때 딸이 눈물을 터트렸었다. 너무나 비좁은 곳에서 돌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딸은 그래도 더 넓은 곳에 있는 해양 친구들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점점 우리 의식은 달라지는 것 같지만 아직은 무엇이 옳은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다. 향유고래가 저 멀리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보내줄 수 있는 생각으로, 내 마음속 범람하는 욕심을 버려야겠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게 앞으로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 생각한다.


송현희_그림책문화꽃피움 대표, 한국영상대 교수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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