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May 29. 2024

화면 속 신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안내서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김지윤 지음 / 244쪽 / 17,000원 / 사이드웨이


디지털 시대다.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학교에서, 카페에서, 지루한 회의 시간 사무실에서 우리는 언제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뉴스, 게임, 중고 거래, 쇼핑, 금융…. 모든 것이 화면 안에 있다. 

화면은 단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장치가 아니다. 사람들이 지역적, 계층적 한계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이며, 빅테크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일상에 관철되는 통로이다. 우리는 이 화면이 주는 즐거움과 편리함에 열광했고, 화면으로 인한 부정적 변화와 부작용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양가적 감정 속에서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 세대가 화면에 몰입해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화면을 보며 보내는 시간은 어른이라고 적지는 않을 텐데, ‘아이’들이 화면에 빠진 모습만은 심히 우려한다. 

이런 걱정은 충분히 일리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더 많이 스마트폰에 묶어두고 편향과 양극화를 부추기며 미남 미녀 인플루언서의 삶과 대조되는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갖게 한다. 게임보다 공부에 더 신경 써야 할 때 아닌가? 하지만 두려움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들이 어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화면과 관계를 맺고 기성세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테다.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나면서부터 인터넷에 연결된 화면을 갖고 자란 젊은 세대가 화면을 어떻게 활용하고 화면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화면 속 세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보여주는 보고서이다. 화면에서 찾은 자유와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화면 속 세상의 문제는 극복하려는 요즘 아이들의 몸부림을 담고 있다. 화면을 접하며 자랐고 화면 속 세상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기자로, 화면 속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로 일했던 저자가 후배 세대가 새 세계의 가능성을 마음껏 탐색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쓴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화면 속 세계는 실제 세상 못지않은 진짜 세계이다. 게임에서 친구를 만나 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관심사를 찾아 확장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 과정은 지금의 어른들이 어릴 적 놀고 공부하는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세계 누구와도 화면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으며, 훨씬 다채로우면서 위험한 세상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화면이 위험하니, 중독적이니 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화면 속 세상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화면이 이미 떼어낼 수 없는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어른의 걱정과 달리 화면 속 세상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주는 거대한 연결의 기회, AI의 놀라운 역량을 활용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고민한다고 저자는 보고한다. 


인류는 언제나 새로운 영역을 찾아 확장해 왔다. 이제 우리는 화면 속 세상이라는 가상 세계에 진출했다. 신대륙의 삶이 구대륙과 달랐듯, 화면 속 삶 역시 다르다. 당연히 기회도, 위험도 따른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이곳의 규칙에 아이들을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도록 격려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판을 깔아주는 것임을 저자는 미래 세대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말한다. 


한세희_과학 칼럼니스트, 『디지털 호신술』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작가의 이전글 프로야구 인기, 그 이면을 관통하는 한국 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