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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05. 2024

안경에 대한 모든 것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윤정미 지음 / 68쪽 / 18,000원 / 사계절



삼십 평생을 ‘안경’과 함께 살았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손을 뻗어 안경부터 찾았고,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안경과 한 몸이 되었다가 자기 전에야 비로소 내려놓는 게 안경이었다. 내 삶의 단짝처럼 안경과 딱 달라붙어 있었건만, 안경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라는 걸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이라는 그림책을 펼치며 자각하였다.


이 책은 안경에 대한 모든 걸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논픽션 그림책이지만, 옛이야기 ‘빨간 모자’를 차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빨간모자는 토끼 토리와 심부름을 가다가 꼬마늑대를 만난다. 늑대는 “맛있게 생긴 애들”이라며 군침을 흘린다. 하지만 늑대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하나인지 둘인지 잘 모르게 겹쳐” 보인다. 시력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은 늑대는 빨간모자를 따라 안경점에 가기로 한다. 그 노정에 빨간모자가 안내자가 되어 난시·근시·원시의 개념뿐만 아니라 안경의 발명과 변천사, 쓰임까지 이야기 속에 적절히 녹인다.

책을 읽는 내내 여섯 살 조카와 함께 읽고 싶어 몸이 달았다. 조카는 종종 내 코에 걸친 안경을 일부러 벗겨내서 자기가 잘 보이는지 확인하곤 했다. 고모에게 안경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한 것이리라. 멀리 있는 것은 뿌연 안개처럼 희미해 보인다고 대충 설명하긴 했지만, 조카의 표정을 보니 뭔가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은 안경이 필요한 눈의 상태를 그림으로 명확하게 보여주어 직관적으로 근시의 개념에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역시나 조카는 그림에 즉각 반응했다.


안경점에 도착한 늑대는 어떤 안경을 맞추게 될까? 여기서부터는 잠시 늑대가 되어 시력검사 체험을 해볼 수 있으며, 얼굴형에 맞는 안경테를 고르고 아이와 호흡하면서 그림책을 읽을 수 있다. 드디어 안경을 쓰게 된 늑대의 눈에는 빨간모자와 토리의 얼굴이 선명히 보인다. 늑대가 눈을 반짝이며 호시탐탐 친구들을 노리는 모습에 책장을 넘기는 손에 자꾸 땀이 난다. ‘과연 늑대는 토끼를 잡아먹었을까?’라는 의문이 끝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덮은 조카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오르며, 다시 읽어달라고 책장을 앞으로 넘긴다.


우리 삶에 필수품이 되어, 뿌연 세상에 갇혀있던 감각을 선명하게 일깨워준 안경. 이 책을 따라가 보면 안경이 품고 있는 지식의 숲으로 빨간모자가 안내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게다가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그림에 푹 빠져서 페이지마다 다양한 안경을 찾는 재미를 누리게 된다.


조시온_서울양전초 교사, 『덜덜이와 붕붕이』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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