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해서 주변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 오늘은 아주 먼 길을 걸어와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주민 독서동아리를 소개한다.
작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가 이주민독서동아리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미 이주민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독서동아리가 많이 있지만, 새로이 독서동아리를 준비하고 운영하려는 사람들이나 단체, 도서관에 도움을 주고자 그 시작부터 기록하고 과정을 정리해 보는 시도를 해보았던 것이다.
되도록 독서동아리 경험이 없고 책읽기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로 독서동아리를 구성하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지구인수어합창단, 안산네팔도서관, 지구인의정류장, 고려인마을 등 다양한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책을 읽어보자고 이야기하였다. 생각해 보면 새로운 사람들도 결국 알고 있던 이주민 이웃들, 친구들로부터 이어진 것이었다.
이주민 독서동아리를 구성할 때는 사전 모임이 중요하다. 이때 책읽기의 즐거움을 천천히 잘 설명해 주어야 하고, 일단 부담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책을 읽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글로 된 책을 읽어야 한다면, 더더욱 마음 내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여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다다 북플래닛’과 ‘텐독 독서모임’이 탄생하였다.
다다다 북플래닛은 중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민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다. ‘다다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로 만나는 다문화 독서동아리라는 의미를, ‘북플래닛’은 우리가 각자 다 다른 곳에서 왔지만 책을 읽는 행성에서 이렇게 만났다는 의미를 담아 동아리에서 직접 이름을 지었다. 처음에는 다문화 주제를 담은 책을 읽고자 하였으나, 책이 원래 다양한 문화를 다 담고 있는 그릇이라, 지금은 거의 모든 주제의 책을 한 달에 한 번 만나 읽고 있다. 국내서를 읽고 대화도 모두가 아는 한국어로 한다.
텐독 독서모임은 매일 10분이라도 독서를 하며 책읽기를 일상화하자는 회원들의 의지를 담아 명명되었다. 회원 모두가 중국 출신 이주민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처음 세 명의 청년과 세 명의 주부로 시작하여 지금은 열 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이들은 각자 중국에서 출판된 책을 구해서 읽고, 매일 SNS를 통해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을 공유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그동안 읽은 책을 가지고 와서 소개하고, 서로 책을 바꾸어 가져가서 읽는다. 기록도, 대화도 중국어로 한다.
두 독서동아리와 함께 활동하면서 발견한 결과물은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니었다. 모든 독서동아리 활동들이 그러하듯이, 책 속에서 질문을 찾고, 생각들을 나누어가는 동안 지구인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먼저, 대부분의 회원들이 독서동아리 경험을 처음 하게 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처음으로 하는 활동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안고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효능감과 함께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은 회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주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동력이 되었다.
또한 독서동아리 활동은 가족 내에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을 보며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독서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독서의 즐거움을 가족과 공유하는 경험이라고 여러 회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의 움직임, 기후위기, 이주민과 선주민이 편견을 걷어내고 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기후위기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책 속에서 읽고 나서는 관련 교육을 찾아 참여하고, 집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실천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구성원 간의 교류와 소통도 두 독서동아리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였다. 텐독 독서모임은 다양한 연령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어 세대 간의 경험을 모국어로 공유하며 서로 지지를 받았고, 여섯 개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민들로 구성된 다다다 북플래닛은 생애주기별 이슈를 다루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구성원의 다양성은 독서동아리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다다 북플래닛과 텐독 독서모임처럼 즐거운 이주민 독서동아리가 많이 생겨나기 위해서 우리가 좀더 노력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다양한 언어로 된 책들이 더 출판되고 유통되어야 하겠다. 최근 조사에서도 이주민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목적으로 ‘독서 및 도서 대출’이 71.1퍼센트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다문화가정 독서실태 조사 및 독서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
그리고 ‘다문화’ 혹은 ‘상호문화’라는 말의 의미를 뭉뚱그려 생각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보아 계층, 연령,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한 다양한 독서동아리가 생기고 운영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이주민을 위한 독서동아리, 그림책을 읽는 프랑스 이주민 동아리처럼 다양한 독서 욕구에 맞는 다채로운 동아리들이 개설되고 운영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이주민을 위한 어떠한 정책이나, 그들을 이웃으로 맞이하는 우리의 어떠한 배려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란히 앉아 의견을 나누는 것. 이것보다 민주적인 소통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지구인들이 책을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서로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정은주_독서운동가, 『즐거운 다문화도서관』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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