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
이수영 글 / 김선진 그림 / 60쪽 / 18,000원 / 그림책공작소
어린 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엄마가 집에 안 계시면 이상하게 심통이 났다. 엄마를 기다리는 내내 ‘엄마가 어디를 가신 걸까?’부터 머릿속을 수십 개의 물음표로 채우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심통이 났을까 의문이 든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작은 원망이 들었나 보다.
『마음은 어디에』 이야기 속 주인공 동수도 나처럼 텅 빈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하지만 엄마 없는 집에 홀로 남은 동수는 어린 시절의 나와는 다르다. 동수는 자신이 느낀 허전한 기분에 집중하고 그것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허전함의 원인인 마음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마음은 어디에 있지?”라는 물음표를 타인과 나눈다. 지나가는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와, 책방 사장님과, 배달부 형과 또 시장 할머니, 구두 수선방 할아버지, 떡볶이집 아주머니, 학원가는 친구 등등과 말이다. 마음이 어디 있냐는 동수의 질문에 허투루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자신이 아는 마음의 행방이나 마음 찾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내보여준다.
만일 동수가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내 앞에 나타나 “마음은 어디에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갑자기 물어보니 생각이 안 나네. 내가 어디에 잘 둔다고 뒀는데….” 그리고 동수의 손을 잡고 함께 찾아보자고 하고 싶다. 나도 찾고 싶다고. 찾으면 이번엔 내 안에 잘 간직하고, 자주 바라봐줄 거라 약속도 하고 싶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느 페이지에서 멈춘 채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지거나 훗, 하고 혼자 웃게 될 때가 있다. 예상과는 다른 반전 전개나 작가의 유머가 돋보일 때 그리고 숨어있는 센스에 탄식하게 될 때 나오는 나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마음은 어디에』는 페이지를 넘기다 몇 번이나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춘 채 미소를 짓게 되었다. 독자의 마음을 멈추게 하는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남다른 위트 있는 표현과 은근한 메시지 전달력이 곳곳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여백의 미와 세밀화의 매력이 어우러져 있지만 그보다 더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정, 동그라미 속 친숙한 표정들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의 행방을 찾아 집 밖을 나선 동수가 부럽다. 뭔가 허전하고 불안하고 힘들 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먼저 들여다본 동수가 기특하기도 하다.
‘마음’이라고 두 글자를 키보드로 치니 이런저런 문장들이 만들어졌다.
가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자. 내 마음을 먼저 알아차려 보자. 또 내 마음을 보듬어보자. 동수처럼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하자. 어딘가에 있을 내 마음을 찾아보자.
이지현_그림책예술놀이 전문가, 『그림책 예술놀이』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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