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짜 마음을 묻는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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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곰, 비욘 1~3

델핀 페레 글·그림 / 김연희 옮김 / 각 64쪽, 60쪽, 60쪽 / 각 14,000원, 14,000원, 15,000원 / 단추



‘많이 알려지지 못해 아쉬웠던 그림책’에 대한 원고를 청탁받고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은 『행복한 곰, 비욘』 시리즈였다. 어딘가 서툴지만 마음씨 따뜻한 곰 비욘과 숲속 친구들이 어울리며 벌이는 에피소드를 담은 총 세 권의 시리즈는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프랑스와 독일의 유명한 그림책 상들을 모두 휩쓸며 큰 인기를 얻었으나 한국에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창고에 재고가 계속 쌓이는데도 다음 시리즈 출간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이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게 마음이 간질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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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과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는 슴슴하고 정갈한 음식 같다. 단순한 선 그림과 달관한 듯한 제목이 그렇다.

1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2권 ‘멀리서 편지가 왔어’, 3권 ‘더 바랄 게 없어’

게다가 주인공들은 어찌나 사랑스럽기만 한지. 느긋한 비욘을 포함해 수다쟁이 다람쥐, 걱정 많은 깨새, 책벌레 여우, 문제 해결사 까치, 호기심 많고 다정한 산토끼, 걱정꾸러기 오소리, 숲속 친구들의 집사 부엉이, 숲에서 살지 않는 비욘의 유일한 인간 친구 마루, 세상을 여행 중인 거북이까지.


이것만 생각하면 심심한 책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반전 매력은 따로 있다. 바로 위트와 유머다. 이 시리즈는 권마다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는데 어떤 이야기도 뻔한 결말은 없다. 짧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 의외성을 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데없이 이벤트 당첨 상품이라며 비욘에게 배달된 소파에서 시작된 첫 이야기부터 엄청나게 바빴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까지 모든 에피소드에는 생각지도 못한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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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의자 한쪽 끝에 누군가 앉아 있을 때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종일 번잡하기만 했던 날을 보내고 나는 가끔 이 책들을 펼친다.

“진짜 너의 마음은 뭐야?”

물었던 숲속 친구들의 대사를 떠올린다. 함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는 인생을 이루는 모든 작은 것들, 이 사소하고 덧없으면서 소중한 것들을 생각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줄 알고, 쉬어야 할 때를 알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 설렘을 간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의 소중함을 알고, 다르게 살아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내 진짜 마음을 알아보고, 단단한 마음을 간직할 줄 알고, 그 무엇보다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김인정_단추 출판사 편집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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