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희 글·그림 / 44쪽 / 16,800원 / 북극곰
『아기공룡 둘리』를 아시나요? 빙하시대에 냉동된 아기공룡 둘리와 친구들이 소시민 고길동의 집에 들어와 사는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만화입니다. 저는 아기공룡 둘리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길 바라며 자랐지요. 이제는 마흔이 넘어 쌍둥이 엄마가 된 저는 고길동에게 더 공감하고 있어요. ‘아기공룡 둘리’가 떠오른 그림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문밖을 바라보는 아이와, ‘어느 날 똑똑’이란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그림책을 넘기니 바닥에 낙서를 하고, 블록 놀이, 공룡 놀이, 책을 읽으며 혼자 노는 아이가 있습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아이는 의자를 들고 문앞에 섭니다. 밖에 누가 왔는지 들여다봅니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북극곰이 놀러 온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줌마가 되어버린 저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돼!”를 외치고 말았어요. 호기심과 용기는 아이들의 특권이지요. 아이는 문을 활짝 열어 북극곰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북극곰에게 냉장고 음식을 대접하고 목욕을 시켜주고, 벽에 그림을 그리며 재미있게 놉니다. 물론, 엄마는 모르게 북극곰을 잘 숨기며 숨바꼭질을 즐깁니다. 아이와 북극곰은 밤에도 자지 않습니다. 엄마 몰래 신나게 놀다가 외출까지 감행합니다. 아이와 북극곰의 표정, 춤추며 즐거워하는 모습, 풍경과 배경이 아름다워 한 장 한 장을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북극곰의 몸에 잔뜩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북극곰의 몸은 신문 기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배경이 된 그림들은 재활용 박스에 그려져 있습니다. 네, 이 신나는 판타지 그림책은 환경 그림책입니다.
빙하 시대에 냉동되어 살아남은 아기공룡 둘리가 지구에 나타난 것은 아름다운 판타지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이 파괴한 자연에 고통받던 북극곰이 인간이 사는 집 앞에 나타나는 이야기는 아름다울 수만은 없습니다. 북극곰은 자연의 소중함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동물이지요. 인간은 인간대로, 북극곰은 북극곰대로, 지구 자연은 자연대로 각자의 모습대로 공존할 방법은 없을까요? 각 개인은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그림책 속 아이와 곰이 천진난만하게 행복해 보여서 더 가슴 시리게 반성되는 그림책입니다. 동시에 글 없이 표현 재료와 탁월한 묘사력으로 묵직한 환경 메시지를 전하며 신나는 판타지를 그려낸 그림책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아이와 북극곰의 우정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앞 면지와 뒤 면지 속 재미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마세요.
김미영_그림책테라피스트, 그림책방 마쉬 대표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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