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훈 지음 / 272쪽 / 36,000원 / 사계절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입체적 학문이라고 한다. 시간이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이고, 공간은 수많은 지역과 국가를 의미한다. 그래서 역사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입체 퍼즐을 푸는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배운 역사는 시간성만 강조되고 공간성은 부족한 경향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주요 사건이 일어난 위치나 지형적 특성, 인문 환경 등을 생각하며 사건과 사건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벨기에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하며 독일이 프랑스 방어선을 우회하여 파리를 공격할 수 있는 최단 노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의 주요 전투를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역사 교사들은 글과 사진이 주인공이고 지도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역사책을 탈피한 새로운 역사책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지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틀라스 세계사』가 나왔을 때 너도나도 책방에서 책을 사 읽고 소중히 서가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이후 아틀라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이런 행동은 반복되었고 나처럼 많은 이들이 서가에 아틀라스 시리즈를 나란히 꽂아두었다.
최초 『아틀라스 세계사』가 나오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슬슬 기존의 책에 식상하고 새로운 체제와 지식에 목말라할 무렵 드디어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도 위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역사의 나래를 펼치던 사람들이라면 분명 반가워할 희소식이다.
세계사가 아니라 지구사(Global History)라는 말이 있다. 기존의 세계사를 지양하고 새롭게 인류 역사 전체를 조명하려는 시도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에서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서유럽과 동아시아 중심의 세계사를 지양하고 동유럽,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등의 역사 서술 분량이 늘어난 것이 주목된다.
가령 근대사의 제목으로 “서양의 역전과 중심축의 이동”이라고 달았는데 이는 서양 이외의 역사를 후진적이고 낙후한 역사로 이해하는 패권 중심의 역사관, 승리자 중심의 역사관을 지양한 것으로 보인다.
중위도 지방이나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가 아니라, 유목 민족사를 다루기 위해 중앙아시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나 교류의 역사를 위해 바다 중심으로 만든 지도 등 주제에 걸맞은 중심을 설정하고 그 시각에 따라 바라보는 지도는 이 책의 장점이다. 지리적 정보의 제한 때문에 소외된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한다면 이 지도의 미덕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미덕을 갖춘 이 책의 장점을 지면의 제한으로 몇 가지만 언급하다 보니 오히려 이 책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두렵다.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 춤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표학렬_한양대사대부고 교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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