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린 레이 글 / 펠리치타 살라 그림 / 김세실 옮김 / 44쪽 / 16,000원 / 피카주니어
주변을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다. 돌도 그렇다. 『딱 맞는 돌을 찾으면』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림책 겉면을 펼치면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돌이 나온다. 큰 돌,작은 돌, 핑크색 돌, 민트색 돌, 빨간 돌, 까만 돌, 뾰족한 돌, 둥그스름한 돌. 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쁜 일상생활 속에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기도 한다. 이 그림책 속에 나타난 짧지만 강력한 구절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돌을 향해서도 와닿고 나를 향해서도 와닿는다. 우리는 멈춰 서있지만, 가만히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라는 말. 굉장한 위안이 되는 말이다. 우리는 늘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어도 돼. 잠시 멈춰 서도 돼. 그래도 돼. 누군가에겐 굉장한 위안이 되고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모든 돌이 다 같지는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아 보이는 돌일지라도,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그 돌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우리라도 각자가 가진 재능과 특별함이 빛을 내는 순간들이 있다. 나 자신을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남들에게서 발견하지 못하는 특별한 순간을 나에게서 문득 발견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산속의 거대한 돌덩이처럼,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가지는 위대함을 우리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세상이 알아차리지 못해도 나는 존재하고 돌은 존재한다. 그러니 세상이 몰라준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내가 살아오면서 행해온 수많은 행동과 말들이 지구를 지탱하는 거대한 돌처럼 나와 내 가족, 주변의 이웃들을 지탱해 오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구절처럼, 내 안을 지탱해 오고 있는 모든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를 데리러 갈 때면, 나는 늘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돌을 마주한다. 아이가 매일같이 텅 빈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면 나는 그 곁에 있는 돌 위에 앉아 아이를 바라본다. 벤치에 앉을 때와는 또 다른 시선과 풍경을 즐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는 언제나 나만의 의자가 되어준다. 내 주변에 돌이 있는가? 이 그림책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소에는 지나쳤을 수많은 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특별한 나만의 돌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정희정_『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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