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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강한 풀 ‘그령’의 힘으로

by 행복한독서

금남로의 잔 다르크

박경희 지음 / 188쪽 / 13,800원 / 서해문집



“당차고, 정의로우며, 열정적인 ‘역사 속 다섯 명의 여성’을 그렸습니다.”

『금남로의 잔 다르크』 저자인 박경희 작가의 말이다. 미지의 땅 하와이에서 독립운동가가 된 ‘사진 신부 희경’,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3·1운동에 앞장선 ‘통영의 기생 국희’, 암울한 시대를 밝히며 앞서 나간 대한민국 1호 ‘여자 변호사 태영’, 광주 4·19혁명의 한복판에서 금남로의 잔 다르크가 된 ‘여고생 진숙’,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정의를 외치다 희생된 들꽃 같은 ‘노동자 경숙’. 『금남로의 잔 다르크』는 이렇게 다섯 명의 삶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박경희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거울’입니다. ‘과거의 거울’ 속에 비친 사건과 인물을 통해 오늘을 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리는 일, 역사 속 다섯 명의 여성을 모티브로 소설을 쓴 이유입니다.”


『금남로의 잔 다르크』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잊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수년 전에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갔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로 쓰였던 기념관 입구에도 영어도 이 문장이 쓰여있었다. 기념관들 안에는 유대인들의 머리카락, 옷, 가방 등이 모아져 있었고 이 물품들이 썩지 않게 하기 위해 해마다 소독을 하는데 이 작업에 독일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대인을 학살한 가해자였던 독일이 본인들의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해자인 일본도 일본에 부역했던 매국노들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하려 했던 독재자와 그 무리들도 본인들의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기는커녕 지우려고 했다. 최근에는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했던 내란범과 동조자들도 본인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지우려고 하고 있다.


『금남로의 잔 다르크』는 어려운 시대에 대의를 위해 앞장선 다섯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잊지 않게 해준다. 또한 『금남로의 잔 다르크』는 독자들에게 현실을 탓하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이루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전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라고 사진 신부 희경은 남편에게 말한다. 대학에 가고 싶었던 희경이 대학에 가지 못하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따라주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물꼬를 터주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는다. 희경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만 남편이 이어서 희경의 꿈을 이루어준다.


『금남로의 잔 다르크』의 다섯 여성 모두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생명력 강한 풀 ‘그령’의 힘으로 행동을 이어간다. 맞다. 꿈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동을 이어가야 이룰 수 있다.


조은희_조은이책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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