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그림책 공간 - 그림책방 씨앗
안녕하세요?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작은 동네책방 ‘그림책방 씨앗’을 운영하는 씨앗지기입니다. 책방을 열기 전에 어린이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그때가 한참 저희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일과 관련해서도 어린이책과 그림책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림책이라는 세계는 어린이 그 이상의 독자들을 품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루는 주제의 영역이 넓어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만족시키는 그림책을 만나면서 그림책에 매료되었습니다. 식물과 꽃에 관심이 많고 애정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책방 곳곳에 화분들이 많습니다. 꽃집인지 책방인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건네는 분들도 많고요. 식물을 너무 좋아해서 책방 이름을 씨앗이라고 정했냐는 질문도 아이들에게 종종 받곤 합니다.
씨앗은 어린이와 가능성의 의미를 품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책방을 열기 전에 늘 가방에 그림책 몇 권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습니다. 그때 상대방이 무척이나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면서 그림책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고 하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일기에 읽어준 그림책과 읽어준 사람을 쓰면서 항상 ‘오늘도 그림책 씨앗 하나를 심었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림책방 씨앗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씨앗은 그림책방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림책이지만, 그림책을 읽던 아이가 문고형 책을 함께 찾아 읽고, 아이와 함께 온 어른이 일반 책을 찾으시기도 해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면 책장 서가에는 테마를 가지고 그날, 그 주, 그달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선별해서 큐레이션 해두고요. 또 다른 전면 서가에는 신간 그림책과 제가 읽고 좋았던 그림책들을 큐레이션 해둡니다.
그림책방 중에서도 독자층에 따라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곳도 있고, 어린이들의 공간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곳도 있는데 씨앗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른인 제가 그림책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운영하면서 어린이들만을 위한 문화공간을 지방인 이곳에선 더 찾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린이 그림책 모임, 어린이 독서모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운영초기부터 함께해온 독서모임 친구들이 있는데, 그 독서모임 이름이 ‘우리 동네 특공대’입니다. 모두 책방 근처에 살거나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우리 동네를 아끼고 지킨다는 의미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저희끼린 줄여서 ‘우동특’이라고 불러요. 그 친구들과 함께 책도 읽지만, 책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행동으로 옮겨봅니다.
지난주에는 환경책을 읽고 ‘줍깅(줍기+조깅)’을 다녀왔고요.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해서 줍깅하고 돌아오는 길엔 두 번째 줍깅 계획도 함께 세웠어요. 사라지는 노포에 관한 어린이책을 읽고는 동네에 몇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운영하는 오래된 가게에 찾아가 그 주인분들을 만나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노키즈존에 관한 기사나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특히나 문화 영역에서 제한받고 소외되는 어린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책방 문턱을 아이 혼자 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씨앗은 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거의 매일 들르는 참새 같은 아이들이 있어요. 어떤 날은 와서 그림책을 몇 권 읽고 가고, 어떤 날은 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가 가고, 어떤 날은 별말 없이 있다가 인사만 하고 가는 날도 있어요. 또 어떤 날은 엄마 손을 끌고 와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사달라고도 하고요. 저는 문턱이 낮은 책방의 주인이 되고 싶어요. 동네 산책을 하다가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는 책방처럼요.
책방의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할 만큼 광대합니다. 책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있기도 하고, 어른인 저는 유년 시절의 나로 돌아가기도 하고, 또 마주앉은 ‘당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책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공간이 주는 힘이겠지요.
• 전라북도 익산시 서동로8길 50-1
• 010-3377-8485
신윤경_그림책방 씨앗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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