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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나일까?

by 행복한독서


너는 어떻게 보여?

김은진 글·그림 / 52쪽 / 17,600원 / 글로연



필자가 잘 아는 어린이 중에 유난히 친구들을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다. 늘 주변 친구들을 먼저 살핀다. 그러나 그 행동은 때때로 “왜 네가 다 하려고 해” “너는 너무 참견을 많이 해” 같은 불만으로 돌아온다. 친구들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행복이라는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오해다. 그때마다 아이의 마음에는 상처가 남는다. 비단 한 아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억울한 순간으로 ‘오해’를 꼽는다. 그 뒤에는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같은 속삭임이 숨어있다. 적절히 자신을 표현하고, 동시에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너는 어떻게 보여?』에는 열한 명의 어린이가 등장한다. 저마다 자신이 어떤 아이인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말한다. 뭐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는 아이, 언제나 열심히 하는 아이, 친구를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책장의 날개를 펼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아이를 향한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온다. “느려서 답답해” “욕심쟁이야” “참견이 심해” 같은 말들이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덮인 책장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책의 물성을 이용해 표현되었다. 한 사람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불일치성은 책을 보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림3-너는 어떻게 보여_본문.png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보통은 오해의 말을 먼저 보여주고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구성을 취할 법도 한데, 그 반대로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자기중심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점차 시선을 밖으로 확장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고, 그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를 아이들에게 잔소리 같지 않게, 네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나를 오해하지 말아요!’라고 정확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내 행동이 타인의 권리와 감정을 고려하고 있나?’를 생각하도록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아빠한테 쓸데없는 걸 다 궁금해한다는 소리를 듣는 아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면 “궁금한 게 많아서 좋겠다”라고 말해주는 할머니가 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할머니가 궁금해진다. ‘어디에 사실까? 손주는 있을까?’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 곁에서라면 이 어린이도 내 말만 하는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고 다정하기도 한 아이로 자랄 것 같다.


표유진_『라키비움J』 편집장, 『엄마의 어휘력』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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