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서점’은 대전에 있는 생태서점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하는 은영상점, 고쳐쓰기와 프레셔스 플라스틱 활동을 하는 주식회사 재작소와 같은 공간에 있는 아주 작은 숍인숍 책방으로 2022년 문을 열었어요. 기후를 비롯한 지금의 생태 위기를 고찰하고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와 소설, 에세이와 인문사회 서적 등 장르별로 생태적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책들을 고심하여 골라 서가를 채웁니다.
단지 책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생명을 만나고,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하고, 실천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은영상점, 재작소와 연계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올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동네야생클럽’입니다. 우리 동네 야생의 이웃을 찾아 나서는 예리한 눈, 조용한 걸음을 통해 야생의 생명이 먼 곳에 있는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사는 동네의 뒷산과 하천에서도 만날 수 있음을 알고, 도시에서도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이웃이 되어보길 권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총 2회차로 구성되어 1회차에는 밖에서 야생의 생명을 만나고, 2회차에는 만났던 생명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포유류와 조류 탐사는 전공자 김호열 님이, 곤충 탐사는 전공자 진이수 님이 강사로 함께하고, 그림은 지역의 시각예술가 김지영 님이 강사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에 있던 강사 호열 님이 기쁜 듯 말합니다. 물가에서 백로와 왜가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참가자들이 새끼손가락보다 얇은 족제비 똥을 보고 감탄의 소리를 작게 냅니다. “와, 정말 신기해요!”
동네야생클럽에서는 주로 흔적을 통해 야생을 만납니다. 야생동물은 야행성인 경우가 많고, 인간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한 인간을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같은 도시에 사는 이웃이지만 거리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동네야생클럽에서는 먼저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들(포유류, 조류, 곤충)에 관한 생태적 특징을 알아보고, 다른 생명을 만날 때 유의할 점 등을 배웁니다. 이후 쌍안경과 각종 도감을 들고 버들서점이 있는 동네의 뒷산과 하천으로 나가 야생의 흔적을 찾거나 새와 곤충을 만납니다. 새를 만날 때는 쌍안경으로 멀리 보고, 곤충을 만날 때는 나뭇잎 가까이 봅니다. 바라보는 방법 자체가 각 존재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만난 야생의 생명들을 잘 기억하고 담아두었다가 그림으로 그리면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자칫하면 단순한 체험으로 끝날 야생과의 만남을 되새기고 표현하며 내 안으로 들이는 경험이 됩니다. 지난 시간 밖에서 만난 생명의 존재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2회차의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조금이라도 같은 마을에 사는 다른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귀히 여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라니 똥 / 청서 / 수달 발자국 / 수달 똥 / 족제비 똥 / 두더지 흔적 / 고라니 발자국 / 고라니 앉았던 자국
딱따구리류 / 왜가리 / 중대백로 / 흰뺨검둥오리 / 청둥오리 / 쇠백로 / 붉은머리오목눈이 / 참새 / 까치 / 직박구리 / 비둘기 / 꾀꼬리 / 박새 / 되지빠귀(소리) / 뻐꾸기(소리) / 큰부리까마귀(소리)
무당벌레 애벌레, 번데기 / 꽈리허리노린재 / 사마귀알집 / 갈색날개노린재 / 꽃등에 / 호리꽃등에 / 실잠자리 / 참북방장님노린재 / 부전나비류 / 풍뎅이류 / 잎벌레류 / 배노랑긴가슴잎벌레 / 칠성무당벌레 / 물잠자리 / 벌류 / 등얼룩풍뎅이 / 매미충 / 호랑나비 애벌레 / 큰광대노린재
이제까지 동네야생클럽에서 만난 생명들입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입니다. 동네야생클럽 참가자들은 새로운 이웃을 만날 때마다 진심으로 감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존재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에게는 빛이 나는구나 싶은 순간입니다. 그렇게 우리 인간 모두 되도록 빛이 나는 존재로 일상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식지 파괴로 많은 야생의 생명이 살 곳을 잃고 있습니다. 베어지는 나무, 깎여나간 산, 녹조로 썩어가는 강은 누군가의 집이자 안식처입니다.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이, 그래서 이들의 삶터를 지켜주려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라며 동네야생클럽은 하반기에도 열심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주소 :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197-1(어은동) 1층
운영 시간 : 10시~18시 30분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beodeulbooks
송송이_버들서점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