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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구도 노리코

by 행복한독서

구도 노리코의 작품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이 많다. 가장 인기가 많은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에는 야옹이 여덟 마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또 ‘펭귄 남매랑’ 시리즈에는 누나와 남동생 펭이와 귄이 세 마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삐악삐악’ 시리즈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병아리 다섯 마리가 등장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데서 구도 노리코의 이야기 만드는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함께 생활하며 말썽 피우는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

현재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는 우리나라에 열두 권이 번역되었다. 음식과 탈것, 여행과 캠핑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야옹이들의 성격과 이야기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야옹이들은 멍멍 씨를 따라다니며 말썽을 부리는 존재다. 첫 작품인 『빵 공장이 들썩들썩』을 보면 야옹이들이 낮에 멍멍 씨의 빵 공장을 엿보고 있다가 한밤중에 몰래 빵 공장에 들어가 빵을 굽는다. 그런데 너무 크게 만드는 바람에 화덕이 터지고 만다. 멍멍 씨에게 들켜서 크게 혼나는 야옹이들. 멍멍 씨는 이 커다란 빵으로 빵 축제를 열고, 야옹이들은 멍멍 씨 빵 공장에서 일을 한다. 빵이 다 팔리자 야옹이들은 이만 가겠다고 하는데, 멍멍 씨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한다. 무너진 빵 공장을 다시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림6-빵 공장이 들썩들썩.png ⓒ구도 노리코, 책읽는곰(『빵 공장이 들썩들썩』)

그런데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에 붙어있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흥미롭다. 아이도 어른도 이런 내용을 읽고 즐거워한다. 맛있는 빵을 보고 그걸 먹고 싶어서 빵 공장에 들어가는 야옹이들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빵 공장 그림이 생생한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도 어른도 빵이 먹고 싶어지는 게 문제라고 한다. 그만큼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인 야옹이들을 밉살스럽게 보지 않는다. 또 피해를 입은 멍멍 씨도 야옹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손해를 본 만큼 일을 시키지만, 그 이상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호기심 많고 욕심 많은 ‘우당탕탕 야옹이들’의 성격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이야기가 생겨난다. 시트콤 같은 그림책인 것이다. 이 그림책 시리즈는 모두 인기가 있다. 독자의 공감이 낳은 초베스트셀러인 것이다.


함께 놀며 배우는 ‘펭귄 남매랑’ ‘삐악삐악’ 시리즈

펭귄 남매랑 시리즈는 누나랑 동생 펭이와 귄이 셋이서 집을 떠나 기차, 배, 비행기,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이다. 『기차를 타요』(책읽는곰, 2018)는 기차를 타고 바닷가에 사는 할머니 댁에 가는 이야기다. 할머니는 펭귄 남매를 마중 나오고, 개 썰매를 타고 집으로 간다. 마지막 화면을 보면 할머니는 전화를 하고 펭귄 남매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선물을 풀어놓고 있다. 『배를 타요』는 배를 타고 섬에 사는 삼촌 댁에 가는 이야기이고, 『비행기를 타요』는 비행기를 타고 산에 사는 할아버지 댁에 가는 이야기, 『버스를 타요』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는 책마다 각각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차례대로 이으면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커다란 이야기가 된다. 어른 없이 여행하는 아이의 설렘과 두근거림, 마지막 화면에서 무사히 돌아왔음을 알리는 전화와 풍성한 음식, 여행의 과정을 드러내는 선물 등이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삐악삐악 시리즈는 어린 연령대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엄마와 아빠, 병아리 다섯 마리가 한 식구이고, 따로 사는 할머니가 나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슈퍼마켓, 놀이동산, 크리스마스와 생일 파티, 할머니 집과 첫 캠핑이 소재로 등장한다. 『삐악삐악 슈퍼마켓』(책내음, 2022), 『삐악삐악 숲 속 놀이동산』 『삐악삐악 크리스마스』 『삐악삐악 생일 파티』 『삐악삐악 할머니 집』 『삐악삐악 첫 캠핑』을 보면, 병아리들은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성장한다. 슈퍼마켓에 가서 자기들이 고른 것을 엄마가 사지 못하자 울고, 생일 파티에 자기들 마음에 드는 푸딩을 엄마가 못 사게 한다고 운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 가서 엄마도 자기들처럼 병아리였다는 걸 알게 되고, 첫 캠핑에 가서는 길을 잃기도 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한다. 어린 독자들은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병아리반’ 친구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림6-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png ⓒ천개의바람(『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구도 노리코는 잠자리 그림책에서도 여러 인물을 등장하게 한다.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천개의바람, 2021)에는 엄마 돼지와 아빠 돼지, 아기 돼지 다섯 마리가 나온다. 『겨울은 어떤 곳이야?』(2022)에는 엄마 곰과 아빠 곰, 아기 곰 세 마리가 나온다.

구도 노리코는 왜 여러 명의 인물을 그림책에 등장시키는 걸까? 우리의 경험은 혼자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인물이 함께 경험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독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공감 때문에 작품을 350만 부나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한 플롯, 여러 명의 주인공, 풍부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등장하는 구도 노리코의 작품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다.


엄혜숙_그림책 번역가, 비평가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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