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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를 만나는 시간 여행

by 행복한독서


나의 특별한 섬

양선 글·그림 / 54쪽 / 18,000원 / 소원나무



가을의 시작과 함께 더위를 핑계 삼아 미뤄온 일들을 해야 할 시간이다. 정원 구석구석에 잡초가 무성하고, 얼마 되지 않은 텃밭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문 입구까지 짐으로 가득한 창고 정리도 계속 미루어 왔다. 이런 굵직한 일들을 할 마음을 먹을 참이면 큰 몸짓으로 집 안 마당 구석구석 청소며 부서진 창고 문 수리 등 척척 마술사처럼 해내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그림책 『나의 특별한 섬』은 우리들의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나의 특별한 섬’이라는 반짝반짝 금빛으로 빛나는 책 제목과 함께 어둠이 짙은 밤, 둥근 섬 위에 한 아이가 포근하게 안겨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바다 위로 한 마리의 새가 평화롭게 날아간다. 그 새를 따라가 보면 작은 섬에 사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섬은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아이가 조잘조잘 이야기하면 따뜻한 미소로 가만히 귀 기울여준다. 아이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아직은 많은 것이 어설프고, 잘 해내지 못하지만 가만히 기다려주고 가만히 수긍해 주는 특별한 섬이 있어 아이는 행복하다.


작가는 말한다. ‘저에게 섬은 ‘아빠’예요. 아이는 섬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 섬의 무릎 위에서 물고기를 잡고, 71개의 별똥별을 세어요. 모두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한 기억에서 나온 거에요’라고. 작가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섬과 아이’로 따뜻하고 뭉클하게 표현했다. 바림(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처럼 화선지가 물을 머금은 듯 깊고 촉촉한 그림들이 품 넓은 아버지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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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산처럼 크고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분이셨다. 아무 말씀도 없이 나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시고, 나의 선택과 결정들을 든든하게 지지해 주셨다. 아버지를 참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는데도 무뚝뚝한 성격 탓인지 한편으론 좀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푹 안기지 못했던 아쉬움들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남아있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오래전 그 시간 속에서도, 그리고 그가 없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나를 지키고 있다. 내 삶의 든든한 응원군이었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이 그림책을 가만히 가슴에 안아 본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삶을 지탱시켜 준 ‘특별한 섬’을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팔 벌려 힘껏 안아주자. 이번엔 우리들 자신이 특별한 섬이 되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최지혜_바람숲그림책도서관 관장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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