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작가의 아지트, 그림책방 - ‘도그책방’
그림책 도서관 옆 서점, ‘도그책방’과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전집 일러스트레이터 생활 끝에 어렵게 첫 번째 창작 그림책이 출간되었을 때 중고 신인을 누가 알아봐 줄 수 있었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림을 소리로,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한 첫 책 『너는 소리』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은 아니었다.
그림책을 공부했거나 그림책 읽기에 익숙한 사람, 그림책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을 만큼 삶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좋아해 줄 수 있는 소위 마니아적인 책이 아니었을까? 내가 기억하기로 도그책방은 그런 『너는 소리』에 손을 내밀어준 첫 번째 동네책방으로 기억된다. 내 생애 첫 번째로 서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후일에 도그책방 윤해경 대표에게 물었더니 『너는 소리』를 보자마자 이 작가를 꼭 책방에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철새들의 여행은 대표님이 사랑하는 순천만의 철새를 연상하게 했고 피아노 건반으로 표현된 하얗고 까만 철새들이 모든 소리로 다가왔다고 한다. 습지에서 듣고 느꼈던 모든 감각을 온전히 그림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거다.
대표님과 나는 서울과 순천이라는 곳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감각과 감성으로는 이미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맺어진 첫 번째 작가와의 만남은 북콘서트로 이루어졌는데 그림책을 음악으로 작곡하여 연주하는 내 콘서트가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림책 행사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초대를 받고 순천 도그책방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61개 건반의 작은 신디사이저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작곡한 음악 ‘너는 소리’는 88개 건반으로 연주 가능한 곡이어서 급하게 옥타브를 줄여서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부족한 연주에도 그날 오신 독자분들이 나의 작가로 살아온 이야기나 인생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음악에도 귀 기울여 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고 감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처음이었고 도그책방 대표님도 처음이었던 책방에서의 북콘서트, 이후로 대표님은 다른 단체와 협업 등을 통해 꾸준히 북콘서트를 이어가시게 되었는데 책방 옆에 또 다른 장소인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 ‘그림책 정원’을 열어 많은 그림책 관련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는 88개 건반을 지닌 피아노도 갖추고 있다. 아마도 도그책방은 전남 최초로 그림책 낭송 콘서트를 한, 그림책 콘서트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렇게 첫 번째 인연을 맺은 후 도그책방은 나에게 순천 근처에 가게 되면 으레 들러 차 한잔을 나누며 소식을 전하는 아지트가 되었다. 또 나의 그림책이 출간될 때마다 『알바트로스의 꿈』 『산의 노래』 『김밥의 탄생』 순서로 매회 도그책방과 그림책 정원에 들러 북콘서트를 열게 되었다. 그곳에서 참 많은 어른, 어린이 독자와 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고 얼마 전 출간된 『괜찮아요, 알바트로스』 그림책 콘서트로도 한 번 만날 기회를 모색 중이라 기대가 된다.
대표님을 두 번째로 만나게 되었을 때인가 아님, 첫 번째 만남 후 헤어질 때였던가 두 팔 벌려 나를 꼭 안아주셨는데 그때 포근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그동안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내느라 애썼구나. 하며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그림책의 사랑으로 연결된 우리는 이미 가족이었던 걸까?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옆 그림책방, 도서관의 ‘도’와 그림책의 ‘그’를 따서 이름 지은 도그책방은 2017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역에서 가장 인정받은 그림책 전문서점으로 자리매김하였고 함께 운영 중인 그림책 정원 또한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그림책과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로 시민과 소통하는 자리이다.
대표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순천에 들른다면 꼭 도그책방에 들러 그림책을 구경하고 바로 옆, 그림책 정원에 들러 전시도 감상하고 차 한잔과 함께 대표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면 잊지 못할 여행의 한 꼭지가 될 것 같다.
도그책방
전라남도 순천시 도서관길 15 (동외동)
www.facebook.com/142306563126856 / @pbgarden2209
신유미_그림책작가, 『괜찮아요, 알바트로스』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