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서점 소소밀밀이 경주에 생겼어요

그림책 향유 공간 - 소소밀밀

by 행복한독서

『월간그림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여담이지만, 1999년에 『꿀밤나무』라는 그림책 잡지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 잡지를 돌려보며 연애를 시작했고 그림책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소유하는 즐거움도 그때 알았다.


『꿀밤나무』를 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되짚어보면 그림책 문화는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짧은 기간 빠르게 성장해온 듯하다. 자라면서 그림책을 보지 못한 우리 세대와 달리 그 후에 태어나 그림책을 읽으며 성장한 어린이들이 어느새 그림책 읽는 성인 독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그림책은 단순한 그림의 나열과 학습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더 이상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장르로 넘어온 것이다.


우리가 그림책서점을 열게 된 데는 우리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그림책 문화의 변화에 약간이라도 기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었다. 그림책서점 소소밀밀을 연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경주에는 지진과 태풍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다녀갔다. 동네에 작은 그림책서점이 생긴 것을 반겨주는 발걸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른 안의 더 큰 어른을 끄집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손님은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학습적인 기능을 위한 책, 글밥이 많은 책을 골라 달라고 한다. 또 아이만 서점 안으로 들여보내고 문 앞에 서 있는 부모도 있다.


소소밀밀(1).jpg ⓒ한상수


그런데 얼마 전, 50대 초반의 손님이 환한 표정으로 서점에 들어왔다. 그림책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찾아왔다고 했다. 20년 전 경주에 어린이책방을 열었다가 잘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렵게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했는데 엄마들이 한 사람도 오지 않아 작가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어쩐지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

문화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 만든다. 아이는 그 문화를 즐길 뿐이다. 우리 아이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할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려주고 싶다. 그림책서점을 방문할 때, 아이를 위한 책을 산다고 생각하기보다 내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내가 먼저 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달라진 그림책 문화에 부응할 만한 활동들

우리 서점이 동네책방으로 분류되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아직 모르겠다. 대체로 동네책방이 잘 되려면 지역민과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우리 서점의 문턱은 아직 높아 보인다.


나름대로 노력도 해보았다. 무료 텐트를 준비해 그 안에서 그림책 읽는 행사를 두어 번 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어느 날 한 권의 그림책이 위로와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한 소박한 행사였다. 또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서점에 오면 아기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보여주기도 하고, 엄마가 그림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아기를 돌봐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책이 읽히고 그림책의 가치를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랐다. 널리 알려진 그림책만이 아니라 숨어 있는 좋은 그림책들을 골라 많이 노출시키고,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동네책방의 역할인 듯하다. 책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려면 출판사와 창작자들이 새롭고 다양한 그림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때 편집자로 책을 만들며 지냈을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서점에서 책 이외의 참신한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무척 중요해 보인다. 우리 서점도 독자와의 만남, 그림책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수업을 계획중이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그림책서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앞으로도 오래오래 길을 닦을 것이다.


소소밀밀(2).jpg


서서히 스며들듯 책장을 물들이는 그림책

그림책은 아이가 처음 접하는 예술 작품이며 성장하는 동안 항상 곁에 두는 책이다. 우리 아이가 엄마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읽어줄 만한 책들이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림책은 기꺼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림책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이 그림책을 보고 반할 때 우리는 힘을 얻는다. 서서히 스며들듯 그들의 책장을 그림책으로 물들이고 싶다.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좋은 그림책을 찾아내고 그림책 문화를 즐길 것이다. 그래서 『월간그림책』이 오래도록 나오길 기대한다. 누가 아나. 젊은 남녀가 『월간그림책』을 보며 그림책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그림책 가족으로 탄생할지. 그림책서점 소소밀밀이 오래도록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네책방이 되길 바라는 것처럼 『월간그림책』도 그림책의 가치를 공유하는 등대 같은 존재이길 바란다.


• 경북 경주시 포석로1092번길 16

• 054-624-5022


지혜, 구서보_소소밀밀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6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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