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야 후르메 글·그림 / 정보람 옮김 / 36쪽 / 16,000원 / 비룡소
이 말이 주는 울림은 크고 단단합니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대체로 끝, 사라짐, 이별 등을 떠오르게 합니다. 종결의 느낌이 강하고, 감정과 기억이 응축되어 있는 밀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을 떠올리는 순간 지금, 현재의 순간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마지막은 어떤 감정과 기억이 연결되어 있나요?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에는 마지막을 모으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이는 마지막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발견한 마지막들을 하나씩 소개하지요. 해가 뜨기 전 병원에서 태어난 마지막 아기에게 마지막은 ‘처음 맞이하는 마지막’입니다. 봄을 느낀 아이에게 털모자를 쓰는 마지막 날은 ‘기다려온 마지막’이 됩니다. 그 안에는 봄에 대한 설렘이 가득 담겨있지요. 할머니와 물웅덩이 위로 첨벙 뛰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물웅덩이를 뛰어 본 게 언제더라?”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습니다. 할머니의 기억 속 마지막 순간이 손녀와의 새 기억으로 다시 쓰여지는 ‘마지막이 아니었던 마지막’을 경험합니다. 어린이집에 마지막으로 남아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마지막이라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기억으로 품습니다. 긴장되는 마지막, 마지막 기회,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함께하는 마지막 등 다양한 마지막의 순간들을 탐색한 아이는 그 순간들을 소중히 모읍니다.
우리는 다양한 마지막 순간을 모았던 아이를 통해 마지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됩니다. 마지막을 모은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또한 현재를 살아낼 힘을 얻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끝을 떠올릴 때, 지금이라는 빛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표정과 말, 행동을 조금 더 섬세하게 선택하게 됩니다. 아이가 모은 마지막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모으는 행위를 통해 아이는 그 안에 있는 자신을 인지하고, 현재를 더 깊이 느끼려는 내적 성장을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지막을 지나왔나요? 그 순간이 내 안에 어떤 기억과 감정을 남겼나요? 그림책 속 아이가 발견한 마지막들 사이에 여러분의 마지막을 조용히 끼워 넣어 보세요. 이런 경험은 나를 더 이해하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펼쳐질 다음 이야기를 알게 해주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는 오늘을 더 멋지게 살아가도록 밀어주는 강한 당김이 됩니다. 지금, 나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을 발견해 보세요.
장선화_SP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읽다 너의 마음을 보다』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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