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지음 / 296쪽 / 20,000원 / 휴머니스트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디자인 씽킹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고, 서비스 디자인이나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라는 개념이 익숙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디자인을 한다’라고 하면 ‘그림 잘 그리겠네’라는 말이 따라 나온다. 거의 90퍼센트 이상이다.
아직까지도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 거의 동률로 여겨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꾸미는 것,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이미지는 100년 전의 디자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한 측면을 꾸준히 지배해 왔다.
여기서 변화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다. 빈곤, 위생, 안전, 평등 등 수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뤄가는 데 있어서 디자인은 중요한 도구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디자인이다. 공평함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요즘 ‘모두를 위한’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사실 이 안에는 역설이 숨어있다. 모두를 위한다는 것은 특정 타깃 없이 허공에 외치는 구호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컨설팅하는 어떤 전문가도 목표로 하는 이용자의 타깃을 좁히라고 하지, 모두를 위해 제품을 개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특정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조형, 색감, 언어는 차별화돼야 한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얻는 경험과 접근에 관련해서는 특별한 안전상의 이유가 아닌 이상 누구도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주식회사 미션잇을 시작한 2020년부터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면서 만난 많은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담은 것이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는 장애인 이동과 공공디자인, 직업, 포용적인 놀이와 놀이공간,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 우리가 생각하는 접근 가능한 디자인의 범주 안에서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매년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그중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당사자들이다. 나는 가능하다면 당사자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이들의 생활환경을 관찰하고 또 여러 이야기를 길게 나눈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힌트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그런 내용들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에 담겨있다.
이 책에서 한 가지만 강조한다면, 형식에 그치지 말라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진정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에 방문한 핀란드 헬싱키의 오디 도서관에서는 사운드 비콘(Sound Beacon)이라는 기기가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시각장애인이 입구를 알 수 있도록 입구의 방향성과 환대라는 감정을 담아 음향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것들은 어떤 특정 기준만 만족시키고자 하는 형식적인 마음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누구에게나 최상의 경험을 전달하려는 진정성에서 이런 기획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의지는 철학적 논의라기보다 독립적으로 생활하려는 의지다. 일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고, 원하는 대로 선택하려는 의지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스스로 일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포용적 디자인이다. 내가 자주 사례로 드는 시각장애인 건축가 크리스 다우니의 말을 빌리자면 접근성 디자인은 누군가의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긍정적 행위이자, 사람들의 경험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기쁨에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 장애인으로 혹은 고연령이거나 어떤 이유로든 소외된 사람들을 고려하여 제품, 공간, 서비스를 기획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힌트가 되길 바란다.
김병수_미션잇 대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