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형 지음 / 308쪽 / 18,000원 / 마북
물건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물건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손쉽게 살 수 있다. 택배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국외에서 파는 물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SNS를 통한 광고 효과가 늘어나면서 소비 성향도 달라졌다. 누군가 입은 옷, 먹는 음식,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고 따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김혜형이 쓴 『모쪼록, 간결하게』는 이런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소비 대신 향유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다. 신도시 아파트에 살던 평범한 직장인이 도시를 떠나 시골살이를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내고 있다. 크게는 ‘집’과 ‘물건’에 대한 태도, 선물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도시살이와 시골살이는 단순히 주소지를 옮기는 것과 전혀 다르다. 우선 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도시살이에서는 도배, 전기, 설비, 배관 등 집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은 검색 몇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삼일 안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시골살이에서는 사람을 부르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글동무들과 섬으로 취재 여행을 갔을 때 차가 고장 났다. 섬이라 보험회사에서 출동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지나가는 주민이 자동차 정비소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걸었는데 세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분이 고기잡이를 떠나 바다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었다. 꼼짝없이 섬에 갇히게 생겨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주민이 차 상태를 살펴본 뒤 간단한 조치를 해주었다. 임시 조치를 한 것뿐이니 육지로 나가면 꼭 손을 보라는 말도 덧붙였고 우리는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우리가 쓰는 물건에 대한 기본적인 정비는 알고 있으면 참 요긴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시골살이에는 요긴한 생존 방식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집에 대한 보살핌이 여럿 언급된다. 고쳐서 살던 집에서 설계하고 직접 짓는 집에 이르는 과정은 경이롭다. 수도부터 화장실까지 내 의견이 반영되고 손때가 묻은 집에서 머리가 아닌 몸을 쓰면서 비로소 간결한 삶이 되었다고 선언한다.
간단한 가구를 만들고, 폐목재를 활용하고, 자투리 천과 쓰임을 다한 천들을 이어 발매트로 만드는 등 목공과 재봉이 생활에 얼마나 필요한 기술인지를 피력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비하는 삶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즐기고 가꾸는 삶이야말로 소중하다는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선물을 주고받은 관계에 대한 헌사까지, 충만한 삶이 곳곳에 묻어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모든 걸 누리는 삶이 아닐까.
김하은_어린이·청소년책 작가, 『얼음붕대스타킹』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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