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자연과학책방에서 과학책을 읽는 방법

전문책방의 북큐레이션 - ‘동주책방’

by 행복한독서

책방을 열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호기롭게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로 진학하여 대학생이 된 나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책방 창업은 극구 말리는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18년 뒤, 나는 책방 사장이 되었다. 책방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기에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대형서점에서 자연과학 코너는 사라지거나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두꺼운 책과 도감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먼지를 먹고 있었다. 책방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작은 책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독립출판, 인문, 시집, 소설, 사회학 등 각자 자신만의 주제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자연과학책을 읽으며 대학원에 진학했고, 학위를 받은 나는 나만의 특이점을 쏟아내기로 하였다. ‘자연과학서점’ 너무나도 당연한 주제. 도서관에서 400번대를 차지하는 이 분야의 책방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대만과 일본, 그리고 영국에서 연구원 생활 할 때 자주 가던 책방을 벤치마킹하여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학이라는 분야는 특이하다. 너무 넓은 범위를 과학이라는 두 글자에 모두 넣어놓았다. 우리가 잘 아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각 분야도 세분화된 영역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생물과 지구과학은 생명의 시작, 지구와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드넓은 분야를 과학이라는 두 단어에 넣기에 너무나 힘이 들었고, 그만큼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책방에 오시는 분들이 항상 말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책이 없을까요?” 여기에 답하자면 ‘없다!’이다. 과학의 어떤 분야를 원하는지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도 잘 모른다. 하나둘 질문을 던져본다. 생태 쪽이 좋으세요? 아니면 양자역학? 과학 트렌드? 자연철학?…. 여러 단계를 거치면 손님이 원하는 책을 골라줄 수 있고 만족하며 읽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단언컨대 과학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내는 건 쉽지 않다. 아주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였고, 그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넣으려 하였다. 그들은 대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이 알아낸 모든 것을 쏟아냈고, 그 결과 죽을 때까지 한 권을 남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기에 지식, 철학, 실험 방법 및 결과인 데이터가 합쳐져야 했고 이는 자연계만큼 조화로워야 했지만, 인간의 짧은 일생 동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그들이 남긴 두꺼운 책은 과학책의 기본이 되었고, 벽돌이 되어버린 책들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있다.


과학책을 선택하고 읽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과학책을 읽어나가야 할까. 두꺼운 벽돌책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구조와 생각 체계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제대로 된 과학책 한 권을 읽어낸다면 모든 과학책을 읽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책을 고를 때, 누군가가 특정 이론에 대해서 다시 쓰거나 쉽게 풀어서 쓴 2차 창작물을 주의하여야 한다. 이런 책들은 이론에 대한 생각이나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른 것들을 집어넣으면서 본래의 의미가 아닌 다른 것을 담게 되기도 한다. 저널리스트나 기자들이 쓴 것보다는 과학자가 쓴 책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연구한 사람과 옮긴 사람은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까지 책을 고르는 방법에도 선뜻 손에 가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쉬운 책들이 있다. 바로 어린이들이 읽는 과학 그림책이다.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무시하고 어른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풍조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위이다. 그림책에는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이 포함되어 있다. 특정 분야의 책을 읽다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같은 내용의 그림책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다시 자신의 책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모험을 떠나자.

또 하나의 주요 팁은 과학책은 챕터별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에 드는 챕터를 먼저 읽어보자. 때로는 모든 각주나 설명, 공식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많은 각주가 달린 모든 것을 읽고 완벽한 이해를 하려면 책 한 권에서 끝나지 않는다. 적게는 10권에서 많게는 100권 이상의 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본이 되는 몇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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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리잼)이다. 최고의 벽돌책으로 두려움이 앞설 수 있으나, 이 책은 다윈의 일기장이다. 날짜별로 기술된 항해기에서 우리는 특정 지역을 골라서 읽을 수도 있다. 다윈이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어떤 표현으로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생각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지만지)이다.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완두콩으로 괴롭힘당한 기억이 있다면 추천한다. 우리는 왜 둥근 거, 쭈글쭈글한 거, 초록색, 노란색 완두콩을 그렇게 비율에 맞추어 계산하였을까. 사실 이 계산은 정확하지 않다. 멘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그에 관한 내용도 적혀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유전학 연구에 기본이 된다. 결과 데이터도 잘 맞지 않는 완두콩 책이 왜 그렇게 중요한 책인지 읽어보길 바란다.


세 번째로는 『괴테의 식물변형론』(이유출판)이다. 최근에 한글판으로 출간된 책으로 판형과 디자인, 그리고 삽입된 그림도 충분히 멋이 있다. 괴테에게는 여러 과학자 친구가 있었는데, 이들과 함께 본인도 과학 연구를 하였다. 그에 대한 연구서이다. 기존 괴테의 문체와 완전히 다르면서도 그가 골똘히 생각하는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이 책도 부분씩 읽어가기에 좋게 되어있다. 짧은 문장과 함께 괴테의 고민을 함께해 보자.


마지막으로는 최근 물리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양자역학에 대한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쌤앤파커스)를 추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가 쓴 여러 책이 출간되어 있지만, 한결같이 자신도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고전 물리학의 흐름과 한계가 설명되어 있고, 뒤를 이어 양자역학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어려운 공식이나 계산도 들어있지 않다. 만약 공식이 나온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그냥 넘기거나 그림으로 취급하자. 이 책을 모두 읽었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물리 이론에 무언가 한마디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동주_동주책방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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