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없어요
김혜리 글·그림 / 52쪽 / 17,500원 / 고래뱃속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질문은 “네 기분은 어때?” “네 생각은 뭐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건 참 반가운 일이죠. 하지만 때로는 ‘나’라는 울타리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바로 옆에서 나를 향해 웃어주는 친구의 얼굴이나 작은 배려를 무심코 지나치기도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자신에게만 몰두해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심리적 가림막’ 상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나 자신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정한 소음에도 귀를 기울여야 마음의 근육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내 마음속 소리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의 따뜻함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는 친구가 없어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표지 속 남자아이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그간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낯선 학교로 막 전학을 왔거든요. 면지에는 전학 온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도 친구가 없다는 아이의 쓸쓸한 일기가 적혀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을 달래려 집 앞에서 한참이나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듭니다. 학교 가는 길도, 교실에서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늘 혼자였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만들어두고 간 밋밋했던 눈사람에 예쁜 눈과 코, 입, 귀가 생긴 것입니다. 과연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그림책은 독특하게도 다시 한번 시간을 되돌려 아이의 하루를 똑같은 장면으로 조명합니다. 멍하니 세숫물만 바라보던 아침에 곁에 어떤 따뜻한 손길이 머물렀는지, 쓸쓸히 등교한다고 생각했던 그때 누가 자신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는지, 아이가 미처 듣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하루의 진실’들을 하나씩 들추어냅니다. 그 진실은 눈사람에게 눈코입이 생긴 비밀까지 다정하게 풀어내죠. 마지막 면지 속 아이의 일기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마 이 책 속 주인공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시선이 발끝으로 향하고, 내 안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 곁을 바라보면, 나만큼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요. 이 그림책이 아이들의 굳어있던 마음을 녹이고, 새로운 관계의 싹을 틔우는 따뜻한 마중물이 되어줄 거예요.
이한샘_서울미래초 교사, 『그림책 질문수업』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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