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글 / 안녕달 그림 / 40쪽 / 12,000원 / 스콜라
노란 은행잎 색깔의 표지가 따뜻하다. 엄마와 아들은 다섯 걸음쯤 떨어진 채 서로를 바라보고 서있다. 두 사람 사이, 단풍잎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엄마가 아들을, 아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가 묻어있다. 언제나 그곳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엄마가 없어도 하루를 씩씩하게 잘 보낼 아들. 두 사람 사이를 가득 메운 믿음과 신뢰가 보는 이에게까지 전달된다. 한창 무르익은 가을을 닮은 배경색은 관계의 성숙, 열매 맺음, 독립을 상징하는 듯하다.
책장을 넘기며 그 옛날이 떠올랐다. 처음 엄마가 됐을 때 내가 안 보는 사이 갓난아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잠시 한눈도 팔지 못했던 날들, 아이가 뒤뚱뒤뚱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 뒤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넘어져서 다칠까 봐 노심초사했던 날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가 날 찾을까 봐 아이를 끌어안고 볼일을 봤던 날들과 잠든 아이를 두고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날 온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던 아이를 안고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들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분리 불안을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심하게 앓았는지 모른다.
책 속에서, 아이가 유치원 캠프를 떠나고 마음이 허전한 엄마는 아이를 기다리며 오래전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린다. 그동안 일상에서 아이와 헤어지는 일은 무수히 많았고, 언제나 다시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서서히 성숙해졌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가 낯선 곳에서 잘 지내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엄마도 아이가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하루를 잘 보낸다. 또 언젠가 아이가 멀리 떠나서 아주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날이 와도, 아이는 재미나게 세상을 누빌 테고 엄마도 재미나게 하루하루를 지내리라고 다짐한다.
좋은 관계란 늘 함께 있음이 아닐 텐데, 워킹맘이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분리 불안에 힘들어했던 적이 많았다. 늘 함께하진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나를 기다려주는 이, 언제 어느 때고 찾아가면 나를 꼭 안아주는 이가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돼주어야겠다.
김정은_『엄마의 글쓰기』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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