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시 글·그림 / 심수정 옮김 / 40쪽 / 16,800원 / 불광출판사
매 순간은 아니지만, 살면서 누군가의 말이나 글로 위로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평일 저녁, 오랜만에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와 「어른 김장하」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 보고 수다도 떨 겸 약속을 잡았는데 선배에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영화는 혼자 보게 되었고 그 후 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늘 서로가 바빠 자주 만나지 못했으니 영화를 함께 보지 못하게 된 것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주말 새벽에 선배의 부고를 받았다. 나는 그 소식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의 부재는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니 내 곁에서 내게 공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조용히 내 얘기를 들어주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괜찮아”라고 말해주던 사람이 사라진 것에서 오는 상실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는 공감과 격려와 위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한다. 책을 펼치면 앞뒤 면지 모두를 할아버지의 윗옷 색깔과 같은 은은한 민트 색조로 마감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할아버지가 자주 해주신 말처럼 면지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그림책 내용에 따라 한 페이지를 상하 2분할로 나눠 할아버지와 아이가 함께했던 순간을 자세하게 표현했다. 문장은 간결하고 그림에 여백을 주어 독자도 함께 할아버지가 되고 때로는 아이가 되게 한다.
『괜찮아 괜찮아』에서는 제법 자란 아이가 지금보다 자신이 훨씬 어렸고 할아버지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자신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알려준 할아버지를 회상한다.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세상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할아버지는 개미나 고양이에게도 말을 건넨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이가 마주하는 세상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난처하거나 두려운 일이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씀을 하신다.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도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하신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전하는 “괜찮아 괜찮아”는 어느새 같은 말이지만 각기 다른 상황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 주문 같은 것이 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 아이는 처음 세상과 마주했을 때 가졌던 두려움과 걱정을 뒤로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상황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이제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병원에 누워 계셔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런 순간을 맞이한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건넬까?
강미경_부산 늘푸른유치원 원장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6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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