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담은 그림, 생활 속 민화 안내서

by 행복한독서

그림 가게 만복당

황지원 글·그림 / 40쪽 / 16,800원 / 작은코도마뱀



민화의 매력 중 하나는 화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삐뚤삐뚤하고 투박한 선조차도 고유한 멋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미 그 자체로 멋진 옛 민화를 단순히 모사하거나 조형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민화의 조형적 아름다움 말고도 다른 측면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자료를 찾던 중 2018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통교 서화사」 전시 도록을 보게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 미술시장이 생기기 시작하고 민화를 활발히 사고팔던 시대를 조명한 전시였습니다. 민화는 순수한 감상을 위한 예술품이라기보다 쓰임이 있는 실용품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엽서나 포스터를 사서 방을 꾸미듯 계절이나 행사에 맞는 그림을 사다가 장식하던 생활 그림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그림을 파는 가게를 통해 생활 속의 민화를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화의 아름다움과 쓰임을 함께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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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다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찾았습니다. ‘계림상회 영업목록’이라는 유물을 보게 된 것입니다. 1920년대의 상회 카탈로그로 가게와 직원 소개, 화가에게 의뢰해 그린 상품 그림, 우편 주문 방법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가게 카탈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림 가게의 카탈로그 형식으로 그림책을 만들면 어떨까? 가게 상품을 소개하며 민화를 보여주고, 요즘 인터넷 상품 후기처럼 손님들의 후기를 덧붙이면 민화가 생활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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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조선시대가 아닌 조선풍 물건을 사용하는 현대로 정했습니다. 등장인물은 숲속의 작은 동물들로 꾸렸습니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상상을 더해 새롭게 풀어보는 게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민화 역시 큰 형식과 의미는 지키되, 요즘 집에 걸어도 어울릴만한 그림을 떠올리며 그렸습니다. 그래서 잘 들여다보면 필통 속 붓 사이에 연필이 꽂혀있고, 먹을거리에는 바나나나 붕어빵도 등장합니다. 한복풍으로 멋을 낸 친구도 있고 반팔 티셔츠 차림의 친구들도 있습니다.


민화는 의미가 중요한 그림이기에 상상을 더해 바꾸더라도 기물 하나하나의 배경과 의미를 먼저 조사했습니다. 청나라 양식의 화기는 청화백자나 분청사기로 바꾸고, 가구와 소품도 실제 조선시대 물건을 참고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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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더하는 작업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숲속 동물들이 한옥풍 집에 산다면 집을 어떻게 꾸밀까?’ ‘어린이 방에 어울리는 전통 가구는 어떤 모양일까?’ 모란 병풍을 두른 꾀꼬리 부부의 풀밭 결혼식, 한옥 문을 단 물까치네 떡갈나무 집, 오이 덩굴이 얹힌 초가지붕 청개구리네 등 동물들에게 어울리는 공간과 각 그림에 어울리는 표구를 고민하는 일도 즐거운 과정이었습니다.


민화는 화가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아쉬워서 『그림 가게 만복당』에서는 작가를 드러내 보았습니다. 먼저 그림을 구상하고 이 그림은 어떤 작가가 그렸을까 상상하며 작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은 전통 채색 방식으로 그렸습니다. 장지에 채색을 올리고 부분적으로 아크릴이나 과슈도 활용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뒷부분의 화구와 문구에는 실제 제가 사용한 도구들도 슬쩍 섞여있습니다.


책을 작업하면서 어쩌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그림을 훨씬 더 생활 가까이 두고 살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로서 바람이 있다면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도 방에 그림 하나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저 예뻐서 걸어도 좋고, 시험 합격이나 건강 기원,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도 좋습니다. 『그림 가게 만복당』을 통해 그림 한 점 집에 걸어두는 즐거움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황지원_그림책작가, 『그림 가게 만복당』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6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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