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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22. 2021

불편하게 나이 두 살 많은 후배

2. 학군후보생 오뚜기

결과는 "합격" 이였다.


합격... 합격...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가슴 설레는 단어였다.

내 이름 앞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붙었다.


학군후보생 오뚜기


지원자가 아닌 학군후보생으로 학군단에 처음 갔을 때 선배들이 어찌나 군기를 잡던지 입이 바짝 말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나의 합격소식에 일부 학군단 선배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내가 휴학을 한턱에 동기들보다는 2살이 많았고, 1년 선배들 보다도 나이가 많았으며, 같은 경찰행정학과 사람들에게는 학군단에서는 내가 후배인데, 학과에서는 내가 선배인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행정학과는 과 특성상 나름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과였는데 나로 인해 선배가 후배로 후배가 선배로 변하는 애매모호한 관계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동방예의지국에서 참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여자애가 한 명 들어온 것이었다.


'나이를 잊자. 나이를 잊는 것만이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편해지는 방법이다.'생각했다.


'무조건 제가 후배인 걸로 통일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 까지는 할 필요 없었다 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부러 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했던 적도, 더 어리숙해 보이는 행동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너무나 소중하게 얻은 나의 이 자리를 그깟 나이 때문에 잃고 싶지는 않았다.


합격소식을 부모님께 전했을 때 부모님은 예상했던 것처럼 극대노를 하셨다. 

아들이 없이 자식 군대 보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팔자에도 없는 자식 군대 보낼 걱정을 하게 됐다고 난리난리가 났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간 속에서 이해해주시고 분명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속담의 힘을 믿었다.


길게 기르던 머리를 짧게 짤랐다. 자신이 있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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