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Feb 23. 2021

애인을 어디다 두고 가나!

2. 학군후보생 오뚜기

첫 훈련을 들어가기 전에 학교에서 집체교육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군복을 입고, 딱딱한 전투화를 신고 다른사람들과 발을 똑같이 맞춰 걷는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혼자 자유롭게 걷는 것만 해봤지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구령에 맞춰 마치 로보트처럼 딱딱 발을 맞춰 걷는건 여간 어러운 일이 아니였다.

걷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실제 k2소총과 비슷한 bb탄이 들어가는 소총을 개인에게 모두 지급해 주며, 총검술과 사격술 예비훈련을 할 때의 일화이다.

안그래도 몸치인 내가, 분위기까지 경직된 가운데 배우는 총검술을 단방에 척척 해낼리 만무했다.

버퍼링이 걸린거 처럼 몸이 버벅 되기 시작했다.

그때 지도선배의 칼날처럼 꼳히는 외침


"후보생 오뚜기! 정신 안차려! 지금당장 골대 찍고 온다 실시!"

(아뿔사...) "실시!"


총을 그자리에 냅다리 내팽겨 치고 있는 힘껏 달렸다.


그때 뒤에서 지도선배가 소리쳤다.

'애인을 어디다 두고 가나! 다시 안와!'

'애인? 누가 애인이라는 거지? 자기가 내 애인이라는 건가.. 갑자기 급 고백이야 뭐야..' 라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후보생'

'네?'

'ㄴㅔ ㅇ ㅔ?'

'아... 아 후보생 오뚜기!'

'애인 어딨나?'

'있었는데 얼마전에 헤어졌습니다.'

'?????'


갑.. 분.. 싸..


내 덕분에 나와 같은 조에 편성된 내 동기들은 애인을 목에 얹고 오리걸음으로 연병장을 돌아야만 했다.


알고보니 총은 언제나 애인처럼 옆에두고 소중히 다루라는 의미에서 애인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였다. 

항상 총은 나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난 혹독한 애인신고식을 치뤘다.

혹한의 겨울에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후보생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불편하게 나이 두 살 많은 후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