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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22. 2021

뭐? 여자가 군인을 하겠다고?

1. 대학생 오뚜기

학교를 마치고 서둘려 아르바이트를 가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 게시판에 확 띄는 문구 하나가 보였다.


" 여군 ROTC 모집 공고"

 

여군 ROTC? ROTC가 여자도 뽑나?

이유야 어찌 됐든 그 현수막을 보자마자 내가 든 생각은


저거다.


알바가 끝나자마자 지원서를 출력하고 지원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망설여지지도 않았고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마치 내가 대구 계명대 경찰행정학과에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처럼 너무나 당연했고 너무나 확고했다.


다음날 바로 지원서를 내러 학교 학군단을 찾았다.

"계명대학교 학군단 첫 여성지원자 방문을 환영합니다"

행정반에서 반겨주시던 행보관님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난 지원 번호 1번을 받았다.


서점으로 가서 ROTC 필기 문제집을 한 권 샀다.

너무나 간절했기에 그 책이 너덜거릴 정도로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결과는 1차 필기 합격.


뛸 듯이 기뻤다.

그때 문뜩 든 생각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생각해보니 부모님께는 말도 안 하고 지원했었다.


결론은 말하지 말자 였다.

2차 면접시험이 될지 말지도 모르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난 전국적으로 여성 ROTC가 생긴 첫 기수였기 때문에 학교 간에 여성 ROTC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학군단에서는 여성지원자들에게 굉장히 강도 높은 체력단련과 면접평가를 대비시켰다.


2차 시험 장소가 성남이어서 시험을 치고 난 후 당시 서울에 집이 있던 터라 집에 불쑥 들어갔다.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딸의 방문에 반가워하시면서도 의아해하셨다.


"엄마 나 사실 ROTC 시험 쳤어"

"ROTC? 그게 몬데?"

"그 왜.. 대학교에 있는 거 학군단 말이야.. 그거 몰라?"

" 그 남자애들 하는 거? 그거 알지. 병사 대신 장교로 가는 거 아냐. 가면 월급도 주고."

"올해부터 여자도 시험 칠 수 있다고 해서.."

"뭐???? 그래서 그걸 시험 쳤다고??"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이어졌다.

"여자가 무슨 군인이야. 그냥 경찰행정학과 갔으면 조용히 경찰이나 할 것이지. 군인은 무슨 군인이야! 겁도 없이 여자애가 미쳤나 봐."


여경과 여군의 차이점을 묻는 나에게

육사 지원할 땐 암말 안 하다가 학군단 지원할 땐 샤우팅을 왜 날리냐고 묻는 나에게

엄마는 "조용히 해!!"라고 외치셨고,

난 한참을 엄마의 반대에 시달려야 했다.


대구에 돌아온 후에도 엄마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회유와 네가 무슨 군인을 하냐는 무시, 너 그거 하면 가만 안 둔다는 협박을 적절히 섞어가며 나를 압박하셨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엄마! 합격하고 생각하자~나 아직 1차만 붙었을 뿐이야"

였다.


하지만 느낌이 좋았다.

나는 붙을 것 만 같았다. 그런 근. 자. 감이 들었다.

근.자.감이 필요한 시기였다..그것 조차 없다면 내가 없어져버릴꺼 같은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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