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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24. 2021

가스 가스! 설마.. 죽기야 하겠어?

2. 후보생 오뚜기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으면서 정말 힘들었던 훈련 중 하나는 화생방 훈련이었다.


방독면은 딱 쓰자마자 숨이 막힐 거 같은 답답함이 들었다.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에 조교들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받고 안에 들어가서 할 사항에 대해 교육받았다.


1. 화생방 가스는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몸이나 옷에 걸리니 절대 쓰윽~ 닦지 말 것.


공기의 입자에 모양이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했다.

손으로 쓰윽 닦으면 오히려 더 깊이 박히거나 상처가 나서 더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반드시 나와서 바람에 의해 자연적으로 날아가게 하던지, 물로 씻어내야 한다고 했다.


2. 가스실 안에 들어가서는 정화통을 제거하고 다시 재결합을 하는 훈련을 한다.


What?? 정화통 제거???

방독면을 쓰는 이유는 정화통을 통해 정화된 공기가 들어와 숨을 쉴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정화통을 제거한다는 건 화생방 가스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뜻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같은 조원들과 영혼 없는 격려를 나누며..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지만 이미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동기들을 보니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다 물이 줄줄줄줄 흐르고 있었다.

훈련 중간에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버리는 동기도 여럿 있었다.

한 동기에게 물어보니 정화통을 벗고 있는 시간이 체감상 약 1분 정도인데 그 시간만 숨을 참으면 가스를 안마실 수도 있다고 했다.


오호 고뤠~?

내가 또 초등학생 때부터 수영으로 단련된 물개 출신이지 않은가! 숨 참는 거..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싶었다.


들어갔더니 방독면을 쓴 조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떠한 상황이 있어도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다.


최면을 걸었다.

그래.. 나가면 죽는 거고, 여기 안에 있으면 사는 거다.


훈련이 시작됐다.

"정화통 제거"

"화통 머리 위로! 전원이 다 정화통을 머리 위로 올려야 다시 결합합니다!"

조원들과 최대한 빨리 제거하고 다시 결합하기로 약속한지라 최대한 빨리 정화통을 돌려 제거를 했다.


그때 들리는 "탕"소리와 함께 또르르 굴러가는 정화통 한 개가 뿌연 연기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아뿔싸...

 우리 조원 중 동기 한 명이 정화통을 놓친 것이었다.

빨리 정화통을 주으려 했지만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숨 참는 게 한계에 도달했다.

참아

참아

참아....


결국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그. 순. 간.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기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건 지독한 방귀 냄새나 썩은 하수구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었다.

우린 서로 손을 꼭 잡았다. 남자 여자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서로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체온으로써 서로를 격려했다.


마침내 정화통을 떨어트렸던 친구가 정화통을 찾아 제거 완료를 외쳤다.

정화통을 다시 결합하라는 교관의 지시에 정화통을 결합하고 싶었지만 이미 화생방 가스를 마실대로 마셔버린 상황에서 정화통을 재결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내 동기가 자신의 정화통을 내 방독면에 결합하기 시작했다.

"서로 껴주자"

자신의 방독면에 끼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방독면에 정화통을 끼는 게 훨씬 수월했던 것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멋진 기지였다.


훈련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끝났다가 아닌 살. 았. 다

라고 생각했다.


얼굴이 전체적으로 너무 따가웠고 눈물, 콧물 심지어 침까지 질질~~


갑자기 인간이라는 동물이 무섭게 느껴졌다.

어떻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는 살상 무기를 만들었을까...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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