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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Feb 24. 2021

여자 그리고 소위 계급장

3. 소위 오뚜기

촛불 한개의 밝기를 '촉광' 이라고 한다 했다.

소위 한사람의 영향력은 오만개의 촛불이 켜져야 할 만큼 밝고 크다하여 '오만촉광의 계급'이라 비유하여 말하곤 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너무나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었다.

내가 오만개의 촛불에 비유 될 만큼 밝은 사람인가 생각해 봤다.

지난날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참으로 끈기도 부족하고 끝까지 무언가를 해내는게 참 어려운 사람이었다.

나에겐 항상 되는 이유보다 안되는 이유가 더 많이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내가 이런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져도 되는가 생각했다.


어릴때부터 선망했었던 제복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너무 행복하기만 할줄 알았는데, 막상 계급장을 받고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위 계급장이 내 어깨에 달리던 날, 참 많이도 울었다.

너무나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잘 버텨준 내가 너무나 고마웠다.

기여코 결국엔 해내고 만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내가 군인의 길을 가는 것을 너무나 반대했던 부모님은 나의 임관식에 일가친척분들을 모두 부르셨다.

날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내가 흘렸던 땀과 눈물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학군단에 후보생시절 꽤나 열심히 했다. 전국 약 4800명의 학군 임관자 중 40등 안에 들 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늘 나에게 '여.자.가' 라는 멘트를 앞에 다셨다.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여자가' 무슨 태권도 냐며 발레를 가르치셨고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여자가' 무슨 기타냐며 피아노를 가르치셨다.

로보트를 가지고 싶다 말하는 나에게 '여자가' 무슨 로보트냐며 인형을 사주셨고,

심지어 유치원 연극에서 사냥꾼 역할을 맞아왔다는 나에게 '여자가' 무슨 사냥꾼이냐며 난리가 나셨던 기억도 있다.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메인테이블에 언제나 내자리는 없었고, '여자가' 대충 먹으면 되지 라며, 작은테이블에 반찬 몇개만을 놓고 먹기 일 수 였으며, '여자가' 지켜야 하고, '여자가' 해야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았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라는 말을 증오하게 되었다.

여자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더더욱 제복이 나의 선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놈의 '여자가' 군인이 되었다.

여자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극소수인 집단에 들어와 내가 하고 싶은것은,

'여자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것

나같은 울트라캡숑 노멀여자도 하면 된다는걸 증명해 내고 싶었다.

'여자'라는 존재는 더이상 약해빠진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남군들 사이에 혼자인 적이 참 많았지만, 그때마다 여자도 해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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