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비행을 끝내고 나면 자신의 헬기 기종을 받는 시간이 왔다.
크게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로 구분이 되고 공격헬기는 그야말로 적과의 교전, 작전에 즉각적인 화력을 투사하는 임무를 맞
맡게 되고, 기동헬기는 인원이나 장비 공수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평상시에는 공격헬기보다는 기동헬기가 훨씬 더 쓰임이 많기 때문에 보통은 기동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
기종 선정방법은 일명 '뺑뺑이'. 랜덤이었다.
어떠한 함수의 식들에 임의의 숫자를 넣고 엔터를 누르는 순간은 우리들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긴장 한가운데 화면에 최종 확정된 우리 기수의 기종이 떴다.
중위 오뚜기 -> AH-1S
내 눈을 의심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공격헬기 '코브라'의 주인공이 된 것이었다.
(현재는 '아파치'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한 공격헬기로 뽑힌다.)
우리 기수 중 단 3명만이 갈 수 있는 자리에 내가..
놀랍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너무나 복잡 미묘한 감정이 가득했다.
코브라를 처음 보고 처음 탔을 때 그 엄청난 위용에 소름이 끼쳤다.
재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모양새는 날렵했고
적이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그 크기는 웅장했다.
'코브라'로 배정을 받고 코브라 비행교관님께서 하신 말씀은 학교기관에서 코브라 기종을 양성받은 여군은 5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
특별한 걸까.. 특이한 걸까..
그래 뭐든 상관없다.
즐기자.
자부심이 생겼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몇 되지 않는 코브라 조종사이고, 내가 가진 강력한 화력은 적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공격헬기의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종은 물론이거니와 사격, 무장 취급절차, 적군의 예상 전략, 화기별 특징 등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야 했다.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고 그만두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단어를 위해 버텼던 시간이었다.
조종사 오뚜기 에서 코브라 조종사 오뚜기 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
나를 수없이 담금질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