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이런 순간은 너무 자주 찾아왔다. 예상하지 못한 놀라고 당황스러울 때, 피하고 싶은 순간들....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뭐라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소위 멘붕상태인 것이다. 그 상태로 하는 대답이 제대로 된 답변일 수 있을까? 당황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상한 대답을 하기 일쑤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서툰 나도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은 생길지언정 같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 매일이 새로운 날들이고,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다가오는 새로움을 온몸으로 부딪혀 살아내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인 것이다.
어린아이 일 때는 얼른 자라고 싶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어른들은 척척 해내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면 내가 보고 싶은 만화책도, 하루 종일 뒹굴며 텔레비전을 봐도, 학교도 안 가고 며칠을 놀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큰 학창 시절.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테두리가 정해진 것이 답답했다.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학생과 어른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내겐 고등학교처럼 똑같이 짜여 나오는 시간표와 많은 과제, 그리고 내게 맞지 않는 것 같은 전공을 배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은 없을까? 고민했다. 1년만 지나면 휴학해야지. 그 1년 후 1년만 더 하고 다른 전공을 찾아봐야지 했던 것이 반복되자 난 졸업생이 되었다.
1년 반의 흑역사를 쌓고 나는 내가 대학생 때 배웠던 일을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결혼 전까지 직장을 옮겨가며 할 수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여러 번 놓였다. 그리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지껄이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내 잘못으로 단절되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나의 바보 같음을 탓했다.
서툰 내가 싫어질 땐 무수히 많았다. 매번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더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미워했다. 밤이란 나에게 휴식이 아닌 후회와 내 잘못을 돌아보는 채찍질의 시간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 돌이킬 수 없음을 후회하는 미련한 시간이다. 자존감은 누군가 나를 칭찬해줄 때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오르락내리락했다. 서툰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서툴렀다.
서툰 30대를 보내고 낯선 40을 맞이하고 있다. 30대를 지내면서 40이라는 나이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졸고 일어났더니 목적지를 지나친 버스에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혹스럽고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다. 버스는 반대편 차선에서 다시 탈 수 있지만 충실하게 살지 못한 지난 나는 뭐로 채울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를 꿈꿔본다. 낯선 내일을 준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본다. 오지 않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허비하지 않길 바라며.
서툰 나도 괜찮다 다독여본다.
지난 서툰 내가 모여 지금의 좀 더 나은 내가 되었으니.
지금의 서툰 나도 더 나은 어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서.
다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오면 매번 더 나아진 대답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서툰 나도 괜찮다. 서툰 나도 사랑하자 다짐하자.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린 모두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괜찮다.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