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찾아온 <내 글만 구려병>

힘 좀 빼고 살자

by 행부작가

어깨가 무겁다. 목을 뻣뻣하고 절로 한숨이 나온다. 스트레칭 한 번에 "에구구구..."소리가 따라온다. 굳은 몸을 펴고 흔들어본다. 얼마나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었는지 눈까지 침침한 느낌이다.


무엇을 했길래 시간이 오래 흐른 것도 몰랐을까? 화면에 고정되었던 눈을 들어 주변을 살펴본다. 나만의 체크리스트, 그리고 이런저런 메모로 주변이 어지럽다. 다시 하던 일을 보면 내가 쓴 글도 어지러이 늘어져 있다.


오늘도 '내 글만 구려'병이 찾아왔다.

지울까 말까,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더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하지만 오늘도 답을 모르겠다. 수십 권의 책을 쓴 작가라면 그 답을 알고 있을까?



매일 SNS에, 온라인에 글을 끄적거린다. 잘 썼는지, 못 썼는지 모를 글을 매일같이 적고 있다. 나만의 챌린지 중이다. 처음 챌린지를 시작할 때가 떠오른다. 3월 블로그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다. 어떻게 100일 동안 쓸 수 있을까 걱정스럽고 작심 3일로 끝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매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다는 마음에서 줄타기를 했었다.

마감시간인 12시 전엔 끝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 적기도 했고.

내 생각을 살짝 얹어보기도 했다.

짧게도 썼고, 길게도 썼다.

술술 써지는 날도 있었고 머리를 쥐어뜯는 날도 있었다.


매일 12시를 데드라인으로 채워나갔다.

아마 1년 동안 해라 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그저 오늘 하루만, 오늘 하루라도 해보자 했던 마음이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닐까? 란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글을 쓰며 보내지만, 아직도 빈 화면을 보면 막막하다. 멍하게 쳐다보며 뭘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답답하다. 해야 할 숙제를 못한 기분에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 그래도 한 문장이라도 써야지란 생각에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린다.


이 순간, 내 마음과 머리에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마음도 무거워진다. 생각은 느려지고 글도 무거운 고백이 난무한다. 다른 사람에게 내 보이기 부끄러운 글이 된다. 서랍 안에 넣어두고 며칠을 거쳐 고쳐보지만 문장은 이어지지 않고 막힌다. 부담감이란 감정이 담긴 글은 무겁고 읽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오늘도 내 감정이 담긴 글을 외면해버린다. 부족한 나를 마주 보기는 참 어렵다. 발행할 수 없는 글이 쌓인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을 책상 앞에 앉는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 마음을 써 내려가기 위해서다. 때론 뇌가 아닌 손가락이 생각해 써 내려가는 글을 적을 때도 있다. 가끔은 손가락에 뇌가 달려있는 것 같단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아직 덜 자란 나를 글을 쓰며 돌아본다. 부족해도 잘했다 격려한다.

다른 사람이 칭찬해줄 때도 있다. 내 글에 달린 하트와 댓글이다. 좋아요 하트 하나에 마음이 설레고, 댓글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절로 감사하단 소리가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으로 위로가 되길 소망하며 써내려 간 문장이었다. 그 마음을 알아준 것 같은 느낌에 감사하다고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빈 화면 앞에 앉는다.


내 글구려병이 나를 찾아오는 순간, 나는 나를 고백하며 치료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힘 빼는 연습 중이다. 어깨에도, 마음에도 그리고 글에도. 언젠가는 '내 글 좋아'병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오늘도 빈 화면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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