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학창 시절. 어른은 참 커 보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렇게 기대 가득했던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이제 난 어쩌지?'였다. 시키는 대로만 살다가 갑자기 혼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갑갑했던 교복이 다시 입고 싶다 생각되었다.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를 내가 책임진다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수도 많았고, 실패도 있었고, 잘못한 일도, 후회되는 일도 있었다. 그 결정은 두고두고 날 괴롭히기도 하고, 내 흑역사가 되기도 했다. 돌이키고 싶지만 결코 돌아갈 수 없었다.
어른이 되면, 부족한 점은 모두 채워지고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흔이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얼마나 달라지고 성장했는지 가늠하는 것조차 내 몫이다.
마흔이면 흔들리는 일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입김 한 번에도 마음의 중심은 들썩거린다. 가뜩이나 없던 체력은 바닥나 골골거린다. 몸이 아프니 마음은 흔들리다 못해 진창으로 굴러간다.
굴러가는 나를 세우는 것도, 다시 밀어 올리는 것도 내 몫이다. 어른은 나를 다독이는 것도, 나를 움직이는 것도 나다. 자신에게 실망함에도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바꾸는 일뿐이라 깨닫는다.
내 마음은 내 몫이다.
그래서 마흔은 거세게 슬프고, 아프게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기를. 실망하는 일만큼 기대도 가득하길. 우리의 마흔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