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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Feb 15. 2023

엄마의 꿈 프로젝트 1

-비금찬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여인이 살았다. 사내들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노모와 함께 사는 한 남자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마을 어귀에서 작은 푸줏간을 했다. 여인을 향한 연정은 그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되어 종일 굴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여인과 마주친 사내는 감춰온 마음을 내보였다.

"내 마음을 ,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가 고백을 했어요. 다들 진귀한 보물과 희귀한 동물을 가져왔지만 내 마음은 요동하지 않았습니다. 흠, 정말 특별한 것을 보면 내가 흔들릴지도 모르겠네요."

"특별한 것이라면?"

"혹시 당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의 심장을 가져올 수 있나요?"

"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제 어머니인걸요..."

"당신이 소중한 것을 버릴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남자들의 구애를 물리치고 당신의 청혼을 수락할게요."


사랑에 눈이 먼 사내는 그날 밤 짐승으로 돌변했다. 어머니가 잠든 사이 심장을 파냈다. 동이 트자마자 어머니의 심장을 들고 여인을 만나러 뛰어가던 그는 그만 돌부리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였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붉은 심장에서 울음기 섞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들아!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천천히 가거라, 천천히..”


-글의 품격 (이기주)에서 인용-


자식을 위해 심장까지 떼어주고자 하는 부모님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영원한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주고 또 주기만 해도 투정 부리는 자식들과 달리, 부모님은 어쩌다 한 번 받는 자식의 선심에도 온 마음으로 기뻐하신다.

 음식 메뉴 개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는 전화를 수시로 하는 엄마에게 1박 2일 출장을 마치고 전화를 드렸다. 친정집에 가고 있다는 한 마디에 지친 딸자식을 위해 엄마는 보글보글 된장국을 끓여 놓으셨다. 갓 담은 배추김치 한 줄기를 쭉쭉 찢어서 밥 위에 걸쳐 주시며 한 수저라도 더 먹일 생각에 마음부터 바빠지셨을 우리 엄마! 차려진 밥상을 보니 부산하게 움직이셨을 엄마가 그려졌다. 그런 엄마에게 다른 때 보다 맛있게 밥 한 공기 더 먹는 것으로 걱정을 덜어 드렸다. 드릴 것이 없으니 손수 해주신 밥이라도 듬뿍듬뿍 먹으며 웃는 얼굴로 다 잘되어간다고 걱정하지 마시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당신의 일인 양 좋아하시며 "하루 세끼 밥이 보약이여. 마무리 바빠도 굶지 말고 챙겨 먹고 댕겨라~" 

 행여나 잔 가시라도 들어갈까 봐 조심조심 조기의 하얀 살을 손으로 발라주시며 쉰이 넘은 딸내미에게 어린 자식 대하듯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 숟가락 위에 올려놓으셨다. 


 지난봄부터 엄마는 우리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하셨다. 우리 형제들이 모여 엄마의 김치를 사업화하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엄마 눈빛을 보며 처음으로 느꼈다. 엄마에게도 빛나던 청춘이 있었음을. 이제는 세월 속 삶의 무게에 지워지고 잊힌 꿈들이지만, 가끔은 용기가 나지 않아 누군가 내 손을 잡아끌어줬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김치 공장이라고 , 남들처럼 엄마 이름으로 상표를 만들고 싶다고. 지금까지 자식의 꿈을 위해 희생하고 기도해 주신 엄마의 꿈이기에 이루어드리고 싶었다. 비록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하여 시작한 일이시지만 엄마는 주문받은 김치를 담그실 때마다 신나는 트로트를 틀어 놓고 “야, 야, 야~내 나이가 어때서~~”를 따라 부르시며 힘든 내색 없이 그 많은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시고 계셨다.

 “엄마, 힘들지 않아? ” 물어보면 "힘들지, 힘들어. 그래도 우리 새끼들 잘되라고 양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다 내 손으로 다듬고 정성 들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다 맛있다고 하니까 그 맛으로 하는거여."라고 말씀하시며 오히려 당신이 일할 수 있음에 즐겁다고 하셨다.

 그런 엄마가 나와 남동생에게 특명을 내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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