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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10. 2023

 숙자 씨의 된장찌개

ㅡ매일 만나는 밥상이 주는 위로와 치유에 관하여.

그리운 밥상


“추억”이라는 단어만큼 아련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먹던 엄마의 간식에서부터 학창 시절 즐겨 먹던 떡볶이까지.......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당시에는 최고의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이지만 그때 먹었던 음식의 기억만큼은 가슴속 깊은 곳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그때마다 음식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가끔은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 엄마와 함께 먹던 따뜻한 밥 한 끼가 기억이 난다...


엄마의 부엌 찬장 안에 있는 그릇들 사이에서 삐끗삐끗 놓여있던 오래된 그릇들의 기억에서 수십 년 전 그날의 냄새가 난다. 그리움 가득한 오늘 저녁, 끼니때마다 우리 집 식탁 위에도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반찬 몇 가지를 만들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냄비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 너머로 구수한 된장찌개 향이 퍼질 때의 아련한 시간들이... 

숙자 씨의 된장찌개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은 청국장 한 스푼이다. 집된장의 짠맛을 청국장의 묵직함으로 구수함을 더한다. 애호박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냉이 철이 되면 어린 쑥과 고소한 들깨를 갈아서 함께 넣기도 한다. 가을에는 무를 어슷어슷 쳐내듯 뿌어서 넣는다. 이맘때 올라온 쑥과 봄동을 데쳐 시원하게 끓인 봄쑥국은 아버지 해장국 밥상에 늘 올라오기도 했다. 어릴 때 엄마의 손끝을 보고 있으면  된장 하나만으로도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어 주셨던 모습이 마치 마법 지팡이를 휘드르는 마법사 같았다.

숙자 씨의 된장찌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코 끝을 간지럽히는 익숙한 냄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누구나 살면서 힘든 순간을 겪는다. 이별이나 실패와 같은 아픔일 수도 있고, 가족과의 사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세상만사 다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밥 먹기 싫고, 누군가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싫을 때엔 그저 조용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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