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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11. 2023

소소한 추억의 밥상

추억 한 끼 미나리 바지락 전


비 오는 날에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 하나가 있다. 유독 전을 좋아했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 부엌에선 기름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은 새콤하게 익은 배추김치에 동치미 무 채 썰어 살캉거리게 씹히는 맛을 더해 빨갛게 김치전을 부쳐주셨고, 어느 날은 노오란 늙은 호박을 납작납작 썰어 밀가루반죽을 얇게 묻혀 피자도우처럼 펼치고 고운 색의 당근을 강판에 거칠게 갈아서 올려 채소 고유의 단맛에 푹 빠지게 해 주던 호박전!!


엄마는 늦은 밤 출출하다며 막걸리를 찾는 아버지께 입으로는 "아이고, 내 팔자야"를 뱉어내며 구시렁거리셨지만 아삭아삭한 배추 몇 잎 줄기 부분을 탕탕 방망이질을 하고는 하얀 밀가루반죽을 묻혀 지글지글 고소하게 부쳐내시며 여섯 식구 오손도손 둘러앉아 어미새를 기다리는 어린 우리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봐 주셨었다.


부모님은 티격태격 다투기도 많이 하셨지만 뚝딱 뚝딱 부추전 한 장 부치고 술잔 앞에 두고 마주 앉아 바라보던 부모님의 화해의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이면, 따뜻한 아랫목 그 시절이 더 그리워진다.


구수한 냉이된장국 한 그릇, 노릇노릇 구워진 미나리바지락 전을 먹으며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니 보고프고 그리운 사람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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