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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11. 2023

그리운 할머니의 동치미 간장국수

맛집 여행ㅡ군위  화본 국수

군위 화본역 앞에 주말이면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싶어 하는 고객의 줄이 기다랗게 늘어서있는 국수가게가 있다. 특허받은 냉국수를 판매하는데 마침 주중이어서 그런지 기다림 없이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접 담근 집간장과 야채, 고기를 넣어 삶은 육수가 특허를 받았다고 하고 면은 옥수수면을 사용했다.

돼지껍질수육과 막걸리가 급땡겼으나 혼자인 까닭에 화본 냉국수 한 그릇 후루룩 챱챱 입안에 가득 담고 삭힌 고추장아찌 한 입 물고 오물오물 씹어 삼킨다.


옥수수면, 다진 고기 익힌 것, 무순, 푸짐한 김가루가 전부다. 육수는 집간장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냉메밀국수와 옛날 장국수 어디쯤 애매한 중간맛이 난다. 김가루가 조미료 역할을 한다. 사르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시원한 얼음 육수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영업시간도 11시부터 준비된 재료 소진되면 시간 상관없이 문을 닫는다.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없는 화본역 앞에 자리 잡은 식당의 위치도 한몫 한 것 같다.


문득 옛날 할머니가 별미처럼 만들어주셨던 간장국수가 떠올랐다.

맑은 야채육수에 집간장 한 스푼 넣어 간을 맞추고,  늙은 호박은 납작납작 얇게 썰어 육수에 넣고 끓여서 달큼한 맛을 더한다. 혹시나 어린 내 입에 안 맞을까 싶어 동치미 무를 곱게 채 썰어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국수 위에 소복히 올려주셨던 할머니의 동치미간장국수♡

별맛이 없어 안 먹겠다는 손녀딸에게 게임하듯 아삭아삭 씹히는 동치미 무채 개수를 세어가며 떼쓰던 어린 손녀에게  할머니는 어떻게든 국수 한 그릇을 다 먹게 하셨다.

시골에서 먹은 국수 한 그릇 덕분에 그리운 할머니와의  옛날 추억을 소환해 본 시간, 배가 두둑히 부른만큼 더불어 나의 추억 한 끼로 가득 채운 혼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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