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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y 03. 2023

달콤 쌉싸름 더덕 막걸리를 빚어내는 중


얼마 전, 선물로 받은 막걸리 한 박스를 덧술로 삼아 백국 누룩과 우리 토종 약쌀인 붉은 쌀, 임금님 수라상에 항상 올라갔었던 홍미를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더덕과 솔잎을 넣어 발효를 하고 있다.


집안 제사가 있거나 명절 때가 되면 술부터 빚었던 때가 있었다. 식구들이 모여 밤새 상에 올렸던 음식들과 더덕향 가득 베인 노란빛 동동주를 마셨던 시절도 있었는데ᆢ 지난 몇 년을 편하게 살았다.


머릿속에 온통 막걸리와 페어링 안주개발 프로젝트 제안서 만들 생각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토리를 찾고 레시피도 찾아가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그중, 쌀 눈이 다른 쌀보다 크기 때문에 우리 몸에 이로운 가바 성분이 현미의 8배, 흑미의 4배나 된다고 해서 실험 삼아 찹쌀 고두밥 대신 씹을수록 단맛도 올라오고 색깔도 고운 홍미를 고두밥으로 막걸리에 응용해보고 싶어졌다. 붉은 홍미를 불리고 찌면서 식감이 퀴노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미를 올린 솥밥으로도 괜찮고 버터 향 가득한 리조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술이 익어가고 있는 항아리에 귀를 기울이니 합창 소리처럼 여기저기에서  뽀글뽀글 노랫소리가 들린다. 하루새 항아리 속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잠시 열기를 가라앉혀 주기 위해 다시 온도를 측정하고 향도 맡아보며 식혀줄 타이밍을 체크한다. 그래서 술을 빚을 때는 한 눈을 팔 수가 없다.


천 원이면 사 먹을 수 있는 시중의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마음 언저리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추억 한 자락의 허기가 느껴졌었는데ᆢ아마도 며칠 후에는 잠시나마 가라앉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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