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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y 06. 2023

인연을 블랜딩 하다.

2년 전의 어느 기록


한잔의 기분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우리는 물, 담아내는 그릇, 물의 온도, 차와 물의 비율, 우려내는 시간 등에  세심한 정성이 필요하다.


[대학(大學)]에 “성어중형어외(誠於中形於外)”라는 말이 있다.

 “마음속에 정성스러움이 있으면 비록 숨기려 하여도 반드시 겉모양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차란, 남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차, 내 몸이 반응하는 차가 나에게 좋은 차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차를 대하듯 사람을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가 기호식품이듯이,

내가 좋아하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차를 우릴 때에 물의 온도, 차와 물의 비율, 차 우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처럼 인연 또한 서로의 온도, 마음 씀씀이의 크기, 함께 한 시간들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해지면 진정한 관계의 맛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인생의 후반전에서야 알아가고 있다.


찻잎 하나에도 품고 있는 맛과 향이 다르고 섞일 때의 양에 따라 내뿜는 맛이 다르듯이 내가 품고 있는 맛과 향에 따라 오래도록 만나지는 인연들이 달라질 것이다.


탕색은 맑아야 하고 좋은 물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좋은 차처럼, 만나는 인연들을 대할 때에 나는 맑은 물처럼 사심 없이 바라보고 이해하며 바르게 대하고 있는가 점검해 본다.


찻잎을 담은 다기에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어 자신만의 고유한 깊은 향을 내뿜는 찻잎처럼 만나는 인연마다 그 사람만의 향이 느껴지는  인연을 꿈꾸며 기다린다.


정성을 담아 우려내는 찻물처럼 사람에게 진심과 정성을 다하고 싶다.


차와 어울려야 하는 다기처럼 나와 온도가 맞는 사람을 담아내도록 마음의 그릇을 키우며 곁에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인연 맺기에 애쓰지 않음으로 매일 평안함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인연을 블랜딩 한다.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에

#연연하지 말자

#오늘도 한 뼘 성장한 기념으로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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